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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한달전쯤 제4대 국세청장(78년12월∼82년5월)을 지내신 김수학(金壽鶴)청장님이 중앙일보(2월16일자)의 시론(時論)에 쓰신 '국세청 사람들'이라는 글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필자 또한 외람되이 '국세청 사람들'이라는 책자를 발간(2001년, 매일경제신문사)했으므로 이 글의 제목에 '속(續)'을 붙여서 그 뒤의 이야기들을 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김 청장님의 그 '국세청…' 글은 근래에 국세청장들이 줄이어 구속되는 참담한 사태와 관련,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어 국세청의 이미지가 엉망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재야(在野)에 계시는 어른께서 너무 안타까워 한 말씀이었을 것이다.

 

군청(郡廳)의 소사(小使)로부터 시작한 장장 51년동안의 공직생활 가운데 자신의 경력과 생소한 분야의 국세청장을 맡아서 국세청 사람들과 함께 일하던 체험으로 소감을 피력한 것이다.

 

"…그동안의 공든 탑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듯…국민들께 실망을 드린 점을 깊이 사죄하면서…부정적인 측면만 강조되고 몇사람의 잘못이 수천수만의 전·현직 공무원 전체의 과오로 비춰지고 있다. 그 결과 세정(국세청)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외면당하면 국가의 중요한 공권력의 훼손으로…국가의 큰 불행이자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걱정하시고 있다.

 

필자는 '국세청…'책에서 국세청의 개청 이래 초대 이낙선 청장부터의 국세청의 간략한 역사, 역대 청장들의 특징들과 그 뒷이야기들을 곁들여 정리했는데, 이를테면 김수학 청장님은 동네 아저씨 같은 서민적 풍모를 가졌던 행정의 달인(達人)으로 표현했다. 직접 모시고 일했던 김 청장님이 자주 하시는 표현 중에 "죽 떠먹은 자국이구먼'하시던 핀잔(?)말씀은 국세행정의 개선효과가 새마을 사업의 지붕개량사업처럼 금방 눈에 띄게 달라져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세청 사람들은 그래도 많은 일들을 꾸준히 열심히들 했는데 그중에도 뼈를 깎는 세정정화업무 노력을 했음에도 한두사람의 불미스런 대형 사고로 인해 공든 탑이 무너지듯, 모래성이 파도에 씻겨 흔적도 없이 사라져 너무도 허망하고 억울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것이다.

 

문제는 몇년전까지는 그런 사고들이 국세청 사람들 중 실무자급에서 일어난 일이지 국세청장이나 지방청장급 관리자들이 관여된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모두들 궁금한 것이다.

 

개청(1966.3.3)이후 6대 청장(1988년)까지 김 청장을 제외하고 다섯분이 군 출신이었고 그후 국세청 사람들이신 전문가 청장들이 12대 청장(1999년)까지 다섯분(한분이 두번 임명됨)이 등장했다.

 

이들은 대부분 소위 실세(實勢(실세)청장들이어서, 국세청장의 재임기간도 평균 3년(정부내에서 가장 장수)이상 안정적으로 근무하고 그 중 반수 이상은 장관 등으로 영전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와서 여러가지 여건과 주변의 분위기가 바뀌고 말 그대로의 전문가들이 청장으로 영전(2009년까지 다섯분)하면서 나름대로 선진세정을 위해 진력해 왔으나, 무언가가 부족했던지 주변의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새어나오고 충격적인 사건들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과 실추된 국세청의 이미지로 인해 43년동안 이어져 온 행정조직과 지휘체제에 메스가 가해지려고 하고 있다.

 

그 방면의 전문가들의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여러 각도의 토의과정을 거처, 이제 불원간 집행이 된다고 하는 조직개편(안)에 대해 필자을 비롯한 전·현직 국세청 사람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국세청(IRS)조직을 모델로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미국의 연방제도, 국토의 면적(우리 남한면적의 거의 100배), 그리고 소득세 중심체제(부가가치세는 없고 SALES TAX는 지방세)  등 우리와는 너무도 상이한 여건인 미국을 모델로 하여 수립된 '우리의 지방청 조직은 불필요하다'는 등의 개편안은 너무도 비현실적이라고 걱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1개의 지방국세국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조세행정 조직과 유사한 전통을 갖고 있으며, 대기업의 효율적 조사 및 광역시 및 도(道)단위지방자치단체와의 연계 등 자율적 세무행정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지방청 조직을 폐지하는 것은 개악(改惡)일 수 있다.

 

논의과정에서 혹시 국세청 그리고 국세청 사람들이 당당한 입장에서 토론할 수 없었던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이미 늦었더라도 무언가 신중한 재검토가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엊그제 어느 주요 일간지가 사설에서 국세청장이 임명되기 전에 대행자(代行者)인 차장이 대규모 직원인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글을 읽으면서 국세청 사람들은 어리둥절했으리라.

 

본청의 국장·지방청장급 인사에 이어 세무서장 등과 세무서 과장급 그리고 일선 세무관서의 실무자들에 대한 연이은 인사는 업무의 지속성과 직원들의 사기, 방대한 국세청의 효율적인 조직관리를 위해 장기간 미룰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

 

이제 국세청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김 청장님도 "…깊은 자성과 함께…인사를 쇄신하고 납세자(국민)을 진정으로 섬기는 새로운 세정의 참모습을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고 하셨다.

 

그렇다. 예전에 이 못지 않은 위기를 극복했던 그 정신과 그 추진력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국세청 사람들은 정부내 어느 부처의 사람들보다 판단력이 출중하고 행정능력이 탁월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김 청장님이나 군 출신 청장들이 취임전에 일부 직원들의 비리시건 등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세무공무원들이 그러니까 욕을 먹지"하는 비판을 하면서 시작하다가 점차로 국세청 사람들의 성실성과 업무능력과 열정을 체감하면서 자신들도 국세청 사람들이 돼 갔으며, 또한 국세청 출신 청장 등 간부들이 타 부서에서 일하면서는 새삼 친정(親庭,국세청)식구들의 우수함을 확인한 것이다.

 

최근 새내기 세무공무원들의 학력,인적 자원 등이 20∼30년전 선배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하며 사회 전반의 현상처럼 여직원의 비율이 50%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제 이들이 선배들로부터 근성(根性)과 업무능력을 배우고, 선배들이 더 높은 도덕성과 봉사정신을 솔선수범(率先垂範)한다면 국세청과 국세청 사람들은 얼마든지 희망이 있다.

 

국세청장들이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이며 국세행정을 좌우하던 2000년대 이전의 낭만시대(?)와 다르게 청장을 비롯한 모든 국세청 사람들이 2000년대의 새로운 정형(定型, Model)을 보일 때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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