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이 잘 되기를 바라면서!
최근 국세청장들이 불미한 사건으로 줄줄이 사퇴함에 따라, 국세청의 위상이 추락하고 국세청 직원들까지 나쁘게 매도되는 것을 애석하게 생각한다.
지난 3월3일 국세청 발족 43주년을 맞이해, 국세청이 새롭게 태어나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국세청 직원인 것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기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몇가지 제언(提言)을 하고자 한다.
□ 본연의 징세기관으로 돌아가야!
국세청은 나라 살림에 필요한 돈을 관계 세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징수하는 기관이다.
태생적으로 정통성이 결여되고 부정한 정치자금을 많이 거둬들인 '92년 이전의 정권하에서는 국세청도 국가정보원(舊 안기부), 검찰청, 경찰청과 함께 정권 유지를 뒷받침하는 권력기관으로 알려졌고, 지금도 4大 권력기관의 하나로 통칭되고 있다.
과거 국세청장 중에는 4대 권력기관 중 하나의 수장으로 평가·대우받기를 은연 중 묵인한 청장도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국가에서는 국세청은 권력기관이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아니된다. 국세청은 징세기관으로서 적법·타당하게 징세하는 한편, 납세자인 국민에 대해 친절하게 봉사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만 해야 한다.
□ 다른 목적을 위한 세무조사는 없어야!
먼저 세무조사에서 제외되는 성역은 없어야 한다.
모든 국민(법인 포함)이 법 앞에 평등하며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는 민주국가에서는 세무조사에서 제외되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
과거와 같이 정권과 유착된 대기업과 특권층은 세무조사에서 제외됐다는 오해와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 국세청장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
또한 징세목적 외의 다른 목적을 위한 세무조사는 없어져야 한다.
과거 고액과외를 막기 위해 고액과외를 시킨 학부모에 대한 세무조사, 의·약분업의 조기시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 당시 휴업한 병·의원에 대한 세무조사, 강남지역 아파트가격 급상승시 이를 막기 위한 세무조사 등 징세목적 외의 세무조사는 어떤 이유로든 더이상 있어서는 아니된다.
고액과외, 의·약분업, 부동산가격 대책들은 각 주관부처가 그 원인과 문제점 등을 면밀히 분석한 후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주관부처도 아닌 국세청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는 위의 문제들에 악역을 맡아 신성한 세무조사권을 남용해 인력과 시간만 낭비하고, 국세청이 '파업·데모방지청'이나 '부동산투기방지청'이 아닌가 하는 오명을 왜 반복적으로 뒤 집어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목적의 세무조사 요구에 과거 몇몇 국세청장들이 굴종한 결과 김대중 대통령 당시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정당한 세무조사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언론 길들이기'를 위한 세무조사라고 믿는 국민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 근거과세의 원칙을 확립해야!
세무조사 인력 및 시간상 제약 등으로 확실한 증빙 기타 근거를 완벽하게 포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금융실명제 및 부동산실명제의 실시와 이들 실명제를 뒷받침하는 전산화 기타 각종 세무조사기법이 발달한 현재에는 증빙 기타 확실한 근거에 의해서만 과세해야 한다.
확인된 증거없이 과세한 경우 국세불복청구와 소송에서 국세청이 대부분 패소해 최종적으로 징수한 세금은 극히 미미하다.
얼마 되지도 않는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심증 또는 추정'만으로 과세해 조세마찰과 불신을 초래하는 것보다는 압수·수색 및 고발권 등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국세청이 조금 적게 징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근거과세의 원칙을 확립해 불필요한 조세마찰을 없애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확인된 근거가 없는 경우 심증 또는 추정만으로 과세하지 말아야 한다.
□ 국세청장의 강한 용기가 필요!
이상과 같이 하여, 국세청이 징세기관으로서 본연의 제자리를 찾아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나려면 국세청장의 강한 용기와 신념이 필요하다.
특히, 다른 목적을 위한 세무조사 기타 부당한 요구나 압력은 다른 부처의 장이나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부당한 요구가 앞으로도 있을 때는 국세청장이 설득하거나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이것은 국세청장 자신이 해야 할 몫이다.
속된 자기 영달을 위해 그런 부당한 요구나 압력에 굴종하고, 사리사욕을 채운 과거의 국세청장들의 말로가 어떠했으며, 그 결과 국세청과 그 직원들의 위상이 어떻게 됐는지를 새로 임명될 국세청장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는 국세청장이 파렴치한 사건으로 형사처벌되는 일은 절대로 없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또한 우리 모두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