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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경기부양과 재정건전성

바닥을 헤아리기 어려운 불황의 수렁을 벗어나기 위해서 비상수단들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재정·금융 등 모든 수단들이 가능한 한 최대한의 강도로 동원되고 있는 사정은 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감한 금리 인하와 강력한 재정지출 확대 그리고 감세정책을 동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당장은 더 강력한 정책에 목말라 하지만 결국 이러한 정책들이 대규모 적자와 함께 재정건전성의 문제를 야기할 것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선은 불부터 끄는 것이 시급하다 해도 나중에 나타날 재정건전성의 문제를 극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대규모 적자재정을 운용하면서 건전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묘책이 있는가? 물론 그런 것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재정 운용의 내용 여하에 따라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어떻게 해야 건전성문제를 극소화하면서 위기 대응을 위한 재정정책 운용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선 기본적인 시각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재정건전성의 문제에 대해서 안이한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OECD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재정이 매우 건전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이 지표는 그 포괄범위와 정의에 있어서 선진국들이 사용하는 지표와 매우 다른 것이며 비교 가능한 지표로 수정할 경우 우리의 현재 재정건전성 상태가 OECD평균에 매우 가깝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두번째로 재정건전성이 단순한 재정운용만 갖고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경제의 건강도와 밀접하게 관련을 갖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경제는 상당한 재정 적자를 감내할 수 있는 저력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 중에 재정적자가 매우 컸던 기간이 있었지만 고도성장 덕분에 아무런 문제없이 넘어갔던 경험을 갖고 있다. 건강하게 성장하는 경제는 세원의 성장에 따라 세수는 원활하게 확보되는 반면 실업의 감소 등으로 재정지출 수요는 현저히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도 경제규모의 확대에 따라 일정금액의 국가부채의 상대적 위험성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난다.

 

그러므로 재정지출과 감세 모두 성장잠재력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운용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정책수단들이 성장을 극대화하게 하려면 우선적으로 지출의 내용 즉 재정사업의 내용과 감세의 내용이 모두 친성장적인 것이 돼야 한다. 지출의 관점에는 자본적 지출이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자본적 지출이 SOC관련 투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효과도 있어서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말로 민간부문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SOC프로젝트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기술개발 지원, 인력개발 지원 등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지출대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문에 대한 재정지출사업이 과연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가 앞선다. 요컨대 아무리 거시경제를 부양하는 것이 급하더라도 지출 프로그램을 엄선하고 철저하게 효율 중심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앞서지 않는다면 재정재원의 낭비와 이에 따른 건전성 관련 위험의 가중이 따르게 될 것이다. 재정지출 확대와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지출의 증대가 고착화되는 현상은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산업분야에 대한 지원은 극도의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며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제도보다는 사회적 일자리 등 임시적인 방법으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감세는 가처분소득의 증대를 통한 소비의 촉진보다는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촉진하는 효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비를 통한 유효수요 창출전략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지속적인 성장 동인을 제공하지 못하며 특히 과감한 금융확대정책의 누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잠재적 위험이 상존하게 됐다는 점에서 생각하면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장 전략적인 감세부문으로 법인세율의 인하를 주장해 온 것이다. 아울러 이번 위기의 특성상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금융부문의 안정과 나아가서 경제 전체의 안정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므로 부동산 관련 조세와 규제의 정비는 좀더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정책은 대부분 저소득계층에게 가장 큰 혜택을 가져다 준다. 그럼에도 모든 정책을 계층간 대립의 시각으로 양분해 건강한 정책논의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경제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소외계층에게도 오히려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정치적인 이해를 내려놓고 정말로 국민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허심탄회하게 함께 의논하는 지도자들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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