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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2009년은 새로운 P.C.(Pause+Cushion)의 해로

우리가 P.C.라고 하면 Personal Computer의 약자로 친숙하게 쓰는 용어인데, 이제 PC는 1990년대 이후 아주 보편화된 문명의 이기(利器)를 대표하고 있다.

 

인류는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컴퓨터 혁명시대에 살고 있고 이를 중심으로 전자·정보·통신산업은 그 끝을 모르게 인류생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PC라고 하는 것은 다분히 정신적인 개념으로 P는 Pause(쉼·멈춤)이고 C는 우리가 그 발음 그대로 사용하는 Cushion의 약자로서 자극이나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緩衝)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먼저, 쉼 또는 정지는 여러가지 스포츠에서도 체험하는 요긴한 요소이다.

 

예를 들면 골프에서 백스윙의 톱(Top)에서 잠깐(한박자)쉬고 다운 스윙이 돼야, 거리도 나고 안정된 샷이 되는 것이고 테니스에서도 상대방의 공을 빠르게 맞받아치는 것만이 아니라 잠깐의 여유를 가져야 좋은 리턴이 된다고 한다.

 

여러 운동에 스피드가 요구되는 공통점이 있지만 프로농구, 아이스하키에서도 슛을 하기 직전에 여유(노마크 찬스 등)를 느끼면 골인이 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요즘 우리 국민여동생 김연아 선수의 고난도(高難度) 점프가 훌륭하게 성공되기 위해서는 그 동작 전의 한순간이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한박자 쉼의 원리는 복잡한 도시의 운전에서도 적용되는 것으로, 미국에 한 억만장자의 후계자가 운전을 하면서 음악에 취해서 신호위반, 난폭운전을 하던 운전자의 차에 치여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1000분의 3초'룰(Rule)이 생겼다고 한다.

 

진행신호로 바뀌어도 전방, 좌, 우 세 방향을 확인하고 진행하라는 방어운전법칙으로서 세 방향에 그런 위험한 차가 있는지 확인하는데 불과 각기 1000분의1초(실재는 그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의 짧은 순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가지 공사(公私)의 인간관계를 맺고 쉴새없이 대화를 하면서 복잡한 이해관계들을 이루고 있는데 그 상대방들과의 대화에서 한 박자의 쉼이 부드럽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요체라는 것을 실감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언짢은 말을 들었다고,자기 기분대로 감정적으로 바로 대응(Response)하면 상대편에게 똑같은 반응을 초래해 그 인간관계는 엉망이 된다.

 

가장 가깝게 생활하는 가족, 특히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자주 부부싸움이 되는 원인에 대해서 어떤 전문가가 그 해답의 한 예를 "그래(요)" 화법으로 해서 우선은 긍정(한박자 쉼)을 해놓고 대화를 하라는 충고가 있었다.

 

최근에 어떤 베스트셀러 작가가 출간한 '쿠션'이란 책은 우리가 외부(상대방, 환경 등)에서 받는 자극(대화, 신문, 인터넷 등)을 받고 이에 대응(선택)함에 있어서 자신의 내부에 쿠션이라는 공간, 즉 즉각적인 영향(분노, 슬픔, 기쁨)을 받지 않는 완충지역(장치)을 둬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아주 공감이 됐다.

 

자신의 쿠션을 통해 모든 것을 환경, 남의 탓 또는 자기비하(自己卑下)를 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올바른 반응을 선택하면 그 결과가 차츰 좋아져서 엄청난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쉼이 시간적인 여유라면 쿠션은 공간적인 개념의 여유라고 할 수 있다.

 

헤라클레스의 우화가 있다. 어느 날 길에서 그가 사과 모양의 물건을 보고 "이게 뭐야"하고 걷어차니 수박만 해졌고 "어라" 하면서 다시 한번 찼더니 이번에는 바윗돌 크기로 커졌고 세상에서 힘이 제일 좋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그였기에 "누가 이기나 해 보자"하고 쇠몽둥이로 박살내려고 했으나 이젠 산더미같이 커져 아예 길을 막아 더이상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이때 예쁜 여신이 나타나 그 산더미를 쓰다듬으면서 좋은 이야기,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니 원래의 사과 크기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서운함, 화 등은 조금 참으면 사라질 수 있는데 그 순간을 이기지 못하고 건드릴수록(잘못된 반응) 분노와 원망으로 커지게 되고 결국 자기 통제가 안돼 비참하고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비유일 것이다.

 

최근 어느 국민 여배우의 자살이 있어 우리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고, 몇년전에 한 기업인의 한강 투신자살에 이르도록 직접적인 자극을 줬다고 주장해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이런  사례들이 아닐까!

 

또한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들의 반 정도가 어느 한 순간을 참았으면 그 곳(교도소)에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어떤 스님의 인터뷰 내용도 생각난다.

 

이 쿠션의 작가는 개인의 문제를 중심으로 했지만, 결국은 개인들, 조직, 사회단체들의 관계들 사이에도 더욱 쿠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간에 부딪치고 각(角)이 있는 곳에 부드럽고 소프트한 스폰지(완충공간)를 두면 서로가 상처를 받지 않고 원만한 관계(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근래 국회에서 어려운 경제회복과 긴요한 개혁들을 위한 많은 법안들을 험한 언행으로 깔고 뭉기며 극한대치를 하는 모습(꼬락서니)을 보며 국민들은 개탄을 했다.

 

여야(與野) 사이에 쿠션이 전혀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 탓일 것이다.

 

국회의장, 대통령이 쿠션이 될 수 없으며 실력(파워)있는 지도자가 없는 탓인지, 외국처럼 문제의원들을 격리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서인지, 이제 답답해 건전한 언론(신문 방송 등)이나 국민의 여론(선거는 한참 남았으니)에 이런 역할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아무 약발이 없는 듯 했다.

 

금년은 소(牛)의 해인데, 소는 인내심이 많고 언제나 여유(쉼)가 있고 서두름이 없이 모든 것들을 받아들여 소화(쿠션)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갑자기 마을에 내려온 호랑이가 아무리 날렵하고 강한 무기(이빨, 발톱)를 갖고 공격해도 소는 묵묵히 버텨내 새벽녘이면 호랑이는 패잔병으로 물러간다고 한다.

 

작년에 몰아친 전세계 경제 쓰나미를 극복할 중요한 고비가 금년이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 기업 그리고 여러 조직들이 여유(쉼)를 갖고 더 힘(잠재력)을 발휘하고 나름대로의 내공(쿠션)으로 이 어려운 시기를 성공적으로 극복(버텨)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009년은 부디 지금까지와 다른 PC의 해이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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