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그 해를 정리하면서 점잖은 말(연설)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표현 중에 하나가 다사다난(多事多難). 즉 "여러가지로 일이나 까닭도 많고 복잡했다"는 것이다.
다른 해에 비해서 잘 나간 경우에도 할 말이 없으면 구색 맞춰서 말하곤 하는데 올 연말 같으면 정말 실감나게 말하게 되는 분위기이다.
그 '다사다난' 중 상반기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시위였는데, 이때 과연 무엇이 진실인가를 둘러싸고 정보의 교환·공유과정에서 '소통'이 실감나는 화두(話頭)였다.
인터넷(아고라라는 유명한 토론광장 등)에서 신속하게 만들어지고 거침없이 전달되며 엉뚱하게 증폭되는 소식들로 선점(先占)된 계층(편의상 Netizen으로 구분)은 인터넷과 달리 비교적 여과된 소위 '조중동' 등 신문의 정보는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았다.
이들 신문을 통해 진실 쪽에 가까운 정보를 얻는 계층(편의상 Citizen)들은 것잡을 수 없이 번져가던 촛불시위로 새 정부 초기부터 잘못돼 가는 에너지(국력) 낭비를 안타까워 했다.
상반기 쇠고기 파동이 국내용이었다면 하반기에는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몇 년 전 쓰나미(tsunami)같은 모양새로 전세계를 휩쓰는 주가·부동산 하락 등 전반적인 실물경제의 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모든 경제주체, 정부·기업·가계 등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땅이 꺼져라 하는 한숨과 걱정으로, 그렇지 않아도 스산하고 쓸쓸한 잿빛 겨울이 더욱 을시년스럽다.
다른 나라에 비해 환율도 벼락같이 오르고, 늦기는 했지만 이자율도 대폭 낮춰 금융기관의 여신(대출)쪽이 활발해져 유통성이 증대되기를 기대하는데 이게 모두 여의치 않아 보인다.
기업들의 흑자도산을 막아보자고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가 독려를 해도 경제의 흐름(유통·소통)이 어딘가에서 막히고 여러 장벽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새해에도 금년과 같은 문제, 다사다난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고 경제 쓰나미는 이제 겨우 시작된 일에 불과하다는 아주 우울한 전망들이다.
공사(公私)간에 전체적으로 활기(活氣)가 없으며, 기운(氣運)들이 떨어졌으니 이게 곧 감기(感氣)증상인데, 심해지면 중병(重病)으로 되는 일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고통이 수반되게 돼 있다.
일찍이 우리나라의 의성(醫聖)의 한 분이신 허준(1546∼1615년)선생이 "통즉불통(通卽不痛)'불통즉통(不通卽痛)"이라고 한 것은 사람의 신체에 관한 의술의 진리 만이 아니고 우리의 '다사다난'을 해결하는 처방(處方)이 아닐까 한다.
한의학 전문가의 해석으로는 몸의 기(氣)가 바르게 통하고 피가 잘 순환되면 고통이 없고, 통하지 않으면 고통이 따른다는 것으로서 이를 위해 침(針)·구(灸)·탕약(湯藥) 등 여러 가지 의료조치 및 식사요법과 호흡 운동 그리고 명상 등으로 다스려야(예방·치료)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유한다면 우리나라의 각계각층의 이해당사자, 각 경제 주체(신체의 각 부위)들이 공동의 이익을 공감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 통(通)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를 위해 바르고 정확한 정보의 소통, 부딪치는 이해당사자가 서로의 입장(처지)을 바꾸어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로 부드럽게, 그래서 웃으면서 통하는 소통(笑通)이 이뤄진다면 오해와 고민·고통이 최소화될 것이다.
자기나 자신의 가족을 우선적으로 앞세우고 좁은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집단이기주의(集團利己主義)로 일관하는 것도 소통인데 그것은 疏通·笑通이 아니라 小桶(작은 통)으로서 그 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않으)면 당장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큰 손해를 보거나 발전을 더디게 만들 것이다.
달러나 주요 원자재 등을 사재기(買占) 하거나 자신만의 정보로 모두와는 엉뚱한 방향으로 혼자 가는 일들이 전형적인 사례들이다.
우리 주변에는 여러 가지 중요한 소통들이 있다.
모든 나라들이 격고 있는 경제 위기에 대한 해답(소통)을 구하는 일 말고도 우리나라(한반도)가 유별나게 늘 당면하는 소통문제가 있으니 바로 남·북한의 문제다
남·북한이 그래도 제한된 분야에서 하고 있는 교류(交流)와 소통이 개성공단의 공장등과 금강산 지역의 관광사업들인데 가끔은 막혀서 불통이 되곤 한다.
새해에는 소위 삼통(三通) 즉 인통(人通-사람의 왕래)·전통(電通-전화 등 통신의 자유)·물통(物通)이 자유롭기를 기대해 본다.
또 한편 법이 통하는 법통(法通)사회·준법정신이 살아 있는 국가가 민주·선진국가의 바탕이며, 거리에서 교통질서가 지켜져서 인류(人流)물류(物流)가 부드럽고 원활해져야 한다.
특히 교통질서에서 서로 양보하지 않고 마치 전투하는 자세로 내가 먼저 가야 하며 서로 욕하고 인상쓰는 운전자세가 이제는 서로 웃고 양보하는 자세, 빨간불(정지 사인)에 짜증내지 않고 아 잠깐 쉴 수 있구나 하며 여유 있게 기다리는 소통(笑通)으로 바뀌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새해에는 가장 시급한 경제문제·미국 등과의 FTA·남북한 문제 그리고 우리 기업들이 그리고 우리 가정의 일들까지 바르게, 빠르게, 즐겁게 소통(疏·笑通)돼, 부디 덜 '다사다난'한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