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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7. (금)

[시론]금융위기와 정부신뢰, 그리고 정책리더십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된 이후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달러화 및 원화의 유동성 경색이 심화되고, 원화가치 및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가 실물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각종 내수경기지표의 하락세가 뚜렷하고 수출도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발 글로벌 금융불안은 우리나라 금리, 환율, 주가 등을 통해서 소비와 투자, 고용 등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치며, 세계경기 침체를 유발함으로써 수출 둔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크루그만과 과거 수상자인 사무엘슨 등이 경고하듯이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 영향의 범위와 크기가 가히 세기적이라고 한다. 진원지인 미국은 물론 유럽, 개발도상국 시장인 동남아 및 동구, 남미 등 거의 전 세계에 걸쳐 금융과 실물부문 모두 타격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DI 등 국책연구소, 삼성경제연구소, 민간경제연구소 등 우리나라의 경제분야 씽크탱크의 분석을 종합하면 위기의 내용은 손에 잡히는 실물의 문제라기보다는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적인 것이 더 크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IMF 외환위기 이후 부채비율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왔고 최근 다시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도 연체율은 낮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또한 각종 건전성 규제와 부동산 대출의 낮은 유동화비율 등으로 미국과 같은 강도 높은 금융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적어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는 세계경기의 침체로 수출증가세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국제유가의 하향안정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원화가치 급락과 변동성 확대는 주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 달러 위주의 외환시장 구조와 경상수지 적자 등에 기인한다. 국내 주가의 급락과 변동성 확대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외국인 순매도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특히 외국계 헤지펀드가 주축이 된 공매도가 증시불안을 가중시켰다.

 

우리나라 해외차입여건 악화에서 비롯된 금융기관의 유동성 경색은 해외언론들이 외화부족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심화된 면이 강하다. 정부당국의 유동성 지원정책 및 은행에 대한 대외차입 지급보증 계획에도 불구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의 부족으로 앞으로의 주식시장은 금융불안의 여진과 경기부진으로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장세가 예측된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소프트 인프라인 사회안정성, 정부 신뢰, 정책리더십 등 무형의 투입요소가 반영된 국가의 매력, 평판도 부족이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더욱 심화시키는 형국이라는 진단이 가능하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사안을 가래로도 못막는 사태로 키운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디지털 시대에 소프트인프라의 경쟁력 제고는 우리나라의 미래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핀란드, 싱가포르 등 강소국의 소프트인프라에 기반한 국가경쟁력 상승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불안은 점차 진정되고 심각한 경기침체는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불안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점차 가시화될 전망이다. 단기간에 대외여건의 호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므로 급격한 경기하강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감세정책에 더하여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경제법치, 사회적 자본, 공정경쟁 등의 정부 신뢰와 견고한 정책리더십이라는 소프트인프라를 강화하는 노력이 경주돼야 할 시점이다.

 

유독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불안 폭이 크고 헤지펀드의 집중적인 공략의 대상이 되는 이유를 소프트파워 부족에서 찾아야 한다. 사람, 문화 그리고 소통이 핵심요소인 소프트파워를 높은 균형으로 이동시키면 불안의 폭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소통의 리더십 강화를 통한 정부신뢰의 회복이야말로 금융위기의 해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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