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의 법인설립 및 복수전문가단체 허용 등을 내용으로 한 정부의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변협·의사협회·관세사회 등 유관 자격사단체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세무사회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9월18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제2차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 확대를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전문자격사 제도 선진화 T/F를 구성해, 내년 하반기에 '전문자격사 제도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하거나, 또는 전문자격사 관련 개별법을 개정하기로 의결했다.
□ 정부,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 '추진배경'은?
이 같은 정부방침은 전문자격사 선진화를 통해 서비스의 품질과 가격 등을 개선해,소비자들의 만족도를 제고하고 전문가단체의 대형화·전문화 등을 유도한다는 목적이다.
또한 한·미 FTA협상 발효 5년 후부터 외국 로펌의 국내 로펌 합작 및 국내 변호사의 고용이 가능해지고, 국내 회계·세무법인에 대한 외국 회계사·세무사의 출자 허용에 따라 전문자격사 서비스 산업이 협소한 우리 시장에 안주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현행 전문자격사제도 중 전문자격사를 고용한 영업 및 전문자격사 법인 설립을 제한하는 규정에 대해서는, 비전문자격사가 고용한 전문자격사만 서비스를 실제 제공한다면 비전문자격사의 영업 등을 금지할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다양한 자본 및 경영 참여를 통한 서비스기업의 전문화·대형화 및 서비스품질 개선 등에 장애를 초래하고 있어, 무자격자도 법인을 소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대형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정부는 전문자격사 법인에는 복수의 사업장 설립을 허용하지만, 한 명의 전문자격사는 하나의 사업장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도, 능력 있는 전문자격사가 다른 전문자격사를 고용해 사업장을 추가로 설립해 수준 높은 서비스를 확산하는데 장애가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복수의 전문자격사단체 설립을 제한하고 단체 가입을 강제하는 규정 역시, 전문자격사들의 결사와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복수단체설립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정부는 전문자격사 제도 전반을 제로베이스(Zero Base)에서 재검토해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전문자격사 서비스의 진입·영업 규제 개선 ▷요율 공개 등 전문자격사 서비스의 소비자 후생 증진 제고 ▷전문자격사 서비스의 대형화·전문화등을 유도하기 위한 ‘전문자격사 제도 선진화 방안’마련, 내년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구상이다.
□ 선진화 방안이라는데 … 자격사단체 왜 반발하나?
정부의 전문자격사 선진화방안을 두고 의사협회를 비롯, 변협, 관세사회, 한국세무사회 등은 정부의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에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연대를 통해 정부안을 저지하겠다는 강경입장이다.
이들 단체들은 선진화 방안 중 ‘무자격자의 법인 설립’ 및 ‘복수단체 허용’ 방안에 대해, 전문자격사제도의 근간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각 자격사단체의 반대논리를 보면, 우선 의사협회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고, 1의사 2병원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전문자격사들의 결사와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복수의 전문자격사 단체 설립에 반대했다.
의사협회는 정부안이 오히려 현재 전국의 의료현장에서 횡행하고 있는 불법 사무장병원의 폐해를 합법화해 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역시 무자격자가 변호사를 고용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안은, 사법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당장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관세사회는 전문자격사제도의 선진화 방안이 국가수출입 통관행정에 혁혁한 공을 세워 온 관세사제도의 근간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며, 본회 및 전국 각지부에 소속된 회원들의 역량을 결집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세무사회 또한 선진화 방안은 자격사 제도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며, 세무사업계의 존폐가 걸린 사안인 만큼 세무사 회원의 단합된 힘으로 반드시 저지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무사회는 대책마련을 위한 T/F팀을 구성해 자격사 선진화 방안의 부당성과 비현실성 등 다양한 대응논리를 개발하는 한편, 변호사, 회계사, 의사, 약사 등 유관 자격사단체들과 강력히 연대해 공동으로 대처키로 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 각계 입장은 어떤가?
정부의 전문자격사선진화 방안에 대해 소비자 측면에서는 대체적으로 전문자격사 단체의 대형화·전문화가 이뤄질 경우, 저비용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에서, 찬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론적 찬성입장과는 달리, 무자격자의 거대자본, 즉 대기업의 전문자격사 법인설립은 문어발 식 확장으로 인한 시장잠식을 불러와 경제원리에도 맞지 않고, 이로인한 시장혼란과 전문자격사 단체의 윤리성과 공익성 훼손의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반대입장도 만만치 않다.
정부안에 대해 각계의 입장을 정리해 본 결과, 기업측 관계자는 대체적으로 반대입장을 보였다.
A 기업관계자는 “자격사단체의 대형화·전문화를 통해 소비자입장에서 저비용·양질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해도, 자격사 단체의 입장도 고려돼야 한다”며 “특히 세무사의 경우 자본이 부족한 무자격자의 세무법인 소유로 무엇보다 전문성이 필요한 국세행정의 근간이 크게 훼손될 수 우려가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B 기업관계자는 “최소한의 윤리가 필요하지만, 법안통과시 부실법인 등이 난립해 책임석이 떨어지는 서비스가 제공될까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C 기업관계자는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에는 찬성하면서도, 전문자격사단체의 근간훼손을 우려와 동시에 소비자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다만 세무사의 경우 “대형화·전문화에 앞서 과세당국과의 협조체제 유지가 선진화 방안의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이와함께 참여연대와 납세자연맹 등 시민단체들은, 전문자격사선진화방안에 대해 일장일단(一長一短)이 모두 엿보여, 향후 정부의 입법과정을 지켜보며,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반응이었다.
한편, 세무사와 국세행정의 파트너인 국세공무원은 대체적으로 세무사회의 입장을 지지하며, 전문자격사 선진화방안에 대해 대체적으로 반대입장을 보여 관심을 모았다.
A 국세청 직원은 “국세청은 세무사와 일선현장에서 직접대면하며 국세행정발전을 도모하고 있는데, 무자격자가 세무법인의 대표자격을 얻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B 국세청 직원은 “세무사라는 공익적 성격의 전문자격사에 대해 배려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세무사단체의 이중설립 허용 등은 국세청과 세무사회간의 의사소통창구가 2원화돼 결국 원활한 국세행정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C 국세청 직원은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으로 변호사의 수임료가 떨어진다면 누가 반대하겠는가”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세무사와 관련해서는 “국세행정발전을 위한 동반자측면이 배제된 채 선진화방안이 추진될 경우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국세행정의 파트너, 세무사회의 반대논리 ‘설득력 키워야’
전문자격사의 서비스의 품질과 가격개선을 통해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선진화 방안에 대해 세무사회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특정 전문자격사와의 거래행위에 대한 국한된 사안이라는 반론을 펴고 있다.
세무사회는 세무대리 업무는 국세청과 납세자의 가교역할을 담당하는 공익적 업무성격을 띄고 있고, 전자신고 정착 등 국세행정발전에 세무사들이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따라 정부의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은 세무사의 긍정적인 역할이 배제 됐으며, 오히려 안정적인 세무사제도의 발전을 통해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해 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 세무사회의 입장이다.
결국 정부의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이 대형화·전문화를 통해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세무사 등 일부 전문자격사의 경우 이러한 경제논리의 적용이 합당한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무자격사의 세무법인 소유가 허용될 경우 세무법인이 대기업의 소유물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특히 사무장의 세무사 고용이 합법화됨으로써 세무사제도의 근본질서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복수단체 설립 허용 역시 국세청과 납세자의 가교역할을 하는 세무대리업무의 특성상 국세행정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일원화된 창구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세무사계의 경우 세무사간의 과당출혈 경쟁으로 인한 수임료 인하문제와 무자격자의 세무대리 등 불법세무대리행위가 세무사계의 최대 현안인 시점에서, 정부안의 선진화방안이 오히려 이러한 부조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한국세무사회가 전문자격사제도의 선진화 방안을 저지하겠다면, 신중한 자세로 세무사회만의 합당한 반대논리를 내세워, 정부를 설득시키는 방안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 세무사계의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