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남 한국세무사고시회장이 내달 21일 2년의 임기를 마친다.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는데 2년의 임기가 훌쩍 지나가버렸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2년 동안의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격려해 준 집행부와 회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고시회 18대 집행부에 따르면 안수남 회장은 본인이 공약으로 제시한 ‘납세자권리구제소송제’ 추진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납세자권리구제소송’제도는 안수남 회장이 취임하면서 내놓은 고시회 사업계획의 하나였다.
당초 ‘조세불복에 대한 집단소송제’라는 이름으로 계획됐으나 ‘집단소송제’라는 어감이 그리 좋지만은 않아 납세자권리구제소송제도로 사업명을 바꾼 것이다.
납세자권리구제소송 제도는 과세관청의 위법·부당한 제반규정이나 이로 인한 조세불복사건 사례를 수집해 고시회 차원에서 검토한 후 국세청 또는 기획재정부에 관련 규정 개선을 건의하고 대표소송을 추진하려는 취지의 제도였다.
세무사고시회는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회원들로부터 과세관청의 불합리한 제반규정과 위법·부당한 과세처분으로 조세불복 중인 사건 사례를 수집하기 시작했으나 회원들의 참여부족으로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취지는 좋지만 대표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결과적으로 세무사가 책임을 지게 되는 것 아니냐? 밥을 해서 입에 넣어주는 꼴이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제기되기도 했다.
안수남 회장은 이와 관련 “납세자권리구제소송은 세무사의 공익적 활동을 강조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 제도가 제대로 추진됐더라면 업무적으로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과세관청의 직권시정을 이끌어내는 등 국세행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안 회장은 이어 “집행부와 회원들에게 납세자권리구제소송 제도에 대한 설득논리를 충분히 펴지 못해 결과적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면서도 “이 제도에 관심이 있는 세무사들끼리 다시한번 추진해봤으면 하는 생각이다”며 강한 애착을 보였다.
안수남 세무사가 제18대 한국세무사고시회장에 취임한 이후 가장 주목할 만한 사업은 세무사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전산세무회계 합작사(주식회사 택스온넷)의 설립이었다.
고시회는 지난해 9월 세무사전산합작사설립 추진위원회와 (주)키컴이 택스온넷을 설립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각서 체결이후, 한국세무사회의 입장 등을 감안해 전면에 나서지 않고 후원 역할만 해오다 전격적으로 택스온넷 관련사업을 주관했었다.
안수남 회장은 “택스온넷이 출범함으로써 세무사들이 실질적으로 세무회계프로그램을 소유하게 됐다”면서 “세무회계프로그램 시장에서 특정회사가 현저하게 높은 시장장악력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경쟁체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고시회장이 끝나도 택스온넷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할 계획이다”면서 “같이 토론하고 연구하고 보완해 프로그램을 안정화시키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더존이 세무사와의 합작사라며 세운 (주)KDBI에 대해서는 “시장 혼탁이 우려된다. 난감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안수남 회장은 “18대 집행부가 임기를 마치는 시점에서 한국세무사고시회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세무사회라는 제도권에 고시회원들이 이미 많이 진출해 활동하고 있고, 고시회원 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회비납부율은 점점더 떨어지고 있어 실질적으로 가입 희망 회원들을 주축으로 고시회를 재구성하고 조직성격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시회 일각에서는 “회원 가입을 희망하는 세무사들로 조직을 재구성해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같은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안수남 회장은 이와 관련 “이번 가을 워크숍 때 노태주세무사가 ‘한국세무사고시회의 정체성 방향모색’에 대해 주제발표를 할 예정이다”며 고시회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음을 밝혔다.
안수남 회장은 임기를 마친 후에는 학업에 열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조세법전공)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회직자로 선출되면 책임감과 사명을 갖고 끝까지 회원들을 위해 봉사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회원들은 회직자들이 어떤 사심을 갖고 회직에 앉아있다는 식으로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 아니라 회무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회직자들을 격려해주는 아량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