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외환시장이 급속히 안정되고 있는 것과 관련, 외환당국은 시장 수습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의 시장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긴 하겠지만 지난주와 같은 급격한 변동이나 쏠림현상에서는 일단 벗어난 것으로 진단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14일 "선진국들이 공조를 통해 달러 공급을 무제한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일단 유동성 문제는 풀렸다고 봐야한다"면서 "원.달러 환율의 경우 약간씩 반등하는 경우는 있어도 지난주처럼 폭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하향 안정국면 예상"
기획재정부는 최근 나타나는 시장안정 국면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선진국 시장 상황을 봐야하겠지만 긴급조치 등으로 유동성 위기는 벗어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미국, 유럽 등이 급속히 안정을 찾고 있는만큼 우리 시장도 한숨을 돌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주요 달러 공급루트였던 기업들의 직접 차입이나 외국은행 국내 지점의 달러 차입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끊어졌던 달러가 다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 시장이 호전되면 공급은 커녕 수요만 확대돼온 자본시장에서도 상황이 역전돼 달러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해외 증시가 살아나자 당장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에서 주식을 사고 있고 이는 달러 공급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면서 "선진국의 채권시장도 열리기 시작해 시장경색은 빠른 속도로 해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금융시장 경색은 해소되고 있지만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정부에서도 아직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급격한 출렁임을 주는 금융시장은 수습되고 있지만 이 파장이 실물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지금 예상하기 힘들다"면서 "각국이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조하고 대책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장안정, 민간.정부 합작품"
최근의 시장안정은 정부의 정책노력과 민간 대기업, 연구소 등이 함께 노력한 덕분으로 당국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지난주 외환보유액 감소 우려 때문에 마땅한 대책이 없을 것 같던 위기국면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수출대기업들이 달러 매도에 나서면서 환율급등 추세를 꺾을 수 있었다.
위기감이 증폭되던 시기에 정부가 민간을 설득, 더 큰 위기를 피하면서 화급한 시장의 쏠림현상을 풀었다는 평가다.
환율 상승 기대심리 때문에 달러를 내놓지 않던 대기업들은 달러를 내다 팔면서 시장도 살리고 결과적으로 환차익도 얻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봤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9일 낸 보고서도 시기가 절묘했다. 이 보고서는 균형환율을 1,002원 내외로 제시하며 "달러 유동성 문제가 완화되면 환율이 급락할 수 있다"고 진단, 환율 오름세 추세를 바꿔놓는데 일조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펀더멘털상 이 같은 환율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각종 자료를 제시하면서 설명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설명이 시장에서 잘 먹혀들지 않자 민간연구소에 실상을 보여주고 설명했더니 민간연구소가 먼저 수긍, 시장을 설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관세청이 환투기 우려가 있는 고액의 외환매입이나 변칙 증여성 해외송금 등 불법 외환거래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 점이나 재정부가 투신권의 달러 환매수에 따른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줄이기 위해 외환시장 밖에서의 거래를 유도한 점도 시장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투신권은 매입액 부담을 투자자에게 넘길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달러가 비싸더라도 무조건 환매수를 하면서 외환시장의 환율 급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재정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시장 불안요인을 면밀히 점검, 불합리하게 환율에 영향을 미칠만한 요인들을 찾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