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고 갑부로 알려진 올레그 데리파스카(40)도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약 280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 지난 3월 포브스 선정 세계 갑부 순위에서 9위를 차지한 데리파스카는 지난주 자신이 소유한 캐나다 자동차 부품회사 '마그나' 주식 2천만 주(약 9억 1천200만 달러 상당)를 채권 은행에 넘겼다.
그는 지난해 9월 마그나 지분 20%를 15억 4천만 달러에 인수했었다.
모스크바 타임스는 6일 세계 최대 알루미늄 기업 '루살(Rusal)'의 총수로 러시아 최고 갑부의 반열에 올라있는 그가 마그나 주식을 1년 만에 넘긴 것은 그 역시 현재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관측통들은 마그마 주식 매각은 그동안 국내를 가리지 않고 투자해온 데리파스카가 결국 이번 금융 위기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 주요 자산을 팔아치울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보고 있다.
데리파스카는 지난 1년 반 사이 오스트리아 대형 건설사 '스트라바그'의 지분 30%를 인수했고, 해외 은행들의 컨소시엄을 통해 45억을 대출 받아 세계 니켈 생산의 5분의 1을 맡고 있는 러시아 기업 '노릴스키 니켈' 주식 25%를 사들였다.
6일 일간 네자비스마야에 따르면 이번 금융위기로 은행권 대출이 막히면서 스트라바그의 경우 당초 러시아에서 추진하려 했던 총 2억300만 달러 상당의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했다.
또 지난 3일 모스크바 주식시장(MICEX)에서 노릴스키 니켈 주가는 전장에 비해 17.7%까지 곤두박질 치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60%나 하락했다.
노릴스키 니켈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분의 1이 줄었다.
러시아의 한 은행가는 "그는 주로 덩치가 큰 사업에 투자해 왔고 그 대부분이 대출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시 자금을 끌어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