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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세

[稅政詩壇] -불의 발자국 - 정재영(삼성서)

-불의 발자국 -

 

 

 

몸에 물집이 잡힌 여자 하나 뒤뚱뒤뚱 걸어온다
저렇게 큰 물집이 잡히도록
얼마나 뜨거운 불길에 댄 것일까
불길은 한 순간에 지나가고 고통이 서서히 봇물을 이뤘을 것이다
 
몸에 큰 물집이 잡힌 여자의 물빛 입술은
어느 집 담장 위 넝쿨장미의 뜨거운 색소를 머금고 싶다
몸의 피는 지금 어디로 쏠려가고 있는가
현기증이 이는 듯 손차양으로 해를 가리는 여자
 
불이 딛고 간 자국에 고인 봇물,
콩닥콩닥 심장이 뛸 때마다 그 물속에서
한 호흡이 둥글게 둥글게 부풀어 올라
돌확을 껴안은 듯 몸이 무거워진 여자
 
그녀의 몸에 물집을 지은 불의 발자국은 둥글다
불볕에 달궈진 대지를 장대비가 식히듯
태초에 물보다 앞서 불이 있었다
내 손톱, 발톱이 둥근 유래
내 몸 어디 한 군데 모난 구석이 있는가 보라
 
마음이 몸을 따라 가지 못하고
자꾸 각을 세울 때
한 여자가 제 몸의 물집으로 그 각을 지우며
내 안으로 둥글게 둥글게 걸어들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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