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제 T-72 탱크 33대가 실린 우크라이나 선박 '파이나'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이 선박과 선원들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미화 2천만달러를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해적 대변인을 자처하는 수굴레 알리라는 인물은 28일 AP 및 AFP통신과 가진 위성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몸값만을 원한다. 선박과 선원을 안전하게 풀어주는 대가로 미화 2천만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외신들은 파이나호를 납치한 해적들이 몸값 3천500만달러를 요구했다고 보도했으며, CNN 등 일부 매체는 몸값이 500만달러로 하향 조정됐다고 전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통상 피랍 선박과 선원을 풀어주면서 몸값으로 30만∼150만달러를 받아왔다. 또 지난 6월 20일 납치됐다가 26일 풀려난 일본 선박 'MV 스텔라 마리스'호는 200만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는 파이나호 선상에서 이뤄진 이 전화 통화에서 파이나호 주변을 3척의 외국 군함이 포위하고 있고 상공에도 여러 대의 항공기가 선회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만약 우리가 공격받으면 우리는 마지막 한명이 죽을 때까지 방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미군 당국은 소말리아 연안에서 작전 중인 구축함 '하워드'호가 파이나호에서 탱크와 탄약이 하역되는지 여부를 밀착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나호 선장인 빅토르 니콜스키는 해적으로부터 건네받은 위성전화를 통해 러시아 선원 1명이 이날 고혈압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니콜스키 선장은 또 다른 선원들은 모두 안전하며, 1마일 가량 떨어진 해상에 성조기를 단 미국 선박 등 3척의 선박이 육안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5일 소말리아 해상에서 피랍된 파이나호에는 케냐 정부가 주문한 T-72 탱크 33대와 부품, 그리고 상당량의 탄약이 실려 있으며, 이 배에 승선한 선원은 우크라이나인 17명, 러시아인 3명, 라트비아인 1명 등 21명이라고 우크라이나와 케냐 당국이 확인했다.
이 선박의 피랍 소식이 전해진 직후 러시아가 자국 선박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해군 프리깃함이 지난 24일 발트해를 출발, 소말리아 해상으로 향하고 있다고 발표하는 등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파이나호에 선적된 탱크와 탄약이 이슬람 반군의 수중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소말리아 반자치지역인 푼트란드주(州) 당국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적들이 호브요와 하라드헤레를 향하고 있으며, 가벼운 군사물자들을 하역할 기회를 엿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지역은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북쪽으로 400㎞ 이상 떨어진 지역으로 이슬람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곳이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