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의 대명사인 폐수처리장이 발전소로 변신할 날이 머지 않았다.
한국해양대는 건설.환경공학부 송영채(42) 교수가 하.폐수에 들어있는 유기성 오염물질을 원료로 전기를 생산하고 오염물질도 정화할 수 있는 미생물연료전지 기술을 실용화하는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미생물연료전지는 유기물에 저장된 화학에너지를 미생물을 이용해 전기에너지로 직접 전환하는 기술로 전세계 학계와 기업이 석유, 석탄 등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로 주목하고 있다.
미생물연료전지의 원리는 유기물이 분해될 때 생성되는 전자를 미생물을 이용해 전극으로 직접 전달하는 것으로 1960년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선에서 발생한 폐수를 처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려했을 정도로 연구의 역사가 깊다.
그러나 전자를 전극에 전달할 수 있는 미생물을 찾지 못해 진척을 보지 못하다가 1999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김병홍 박사팀이 스와넬라라는 미생물이 전자를 무기물로 전달할 수 있음을 입증한 이후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연구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김 박사팀의 연구결과로 미생물연료전지 연구의 새 장을 열었지만 관련 분야의 기초연구 성과와 연구 예산이 부족해 이후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해 크게 뒤쳐진 상태였다.
지금까지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 진행된 연구들은 주로 용량이 수 ㎖에서 수십 ㎖에 불과한 소규모 전지를 이용해 미생물연료전지의 활용가능성을 입증하는데 치중해 왔다.
대규모 하폐수처리를 위해 전지의 용량을 늘릴 경우 내부저항이 크게 증가하는 등 실용화를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았던 것.
실제로 2006년 호주 퀸즈랜드 대학의 켈러 박사팀이 개발한 1㎘ 규모의 대형 미생물연료전지의 경우 폐수 1㎥를 이용해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이 8.5W에 불과했다.
폐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존 기술로는 폐수 1㎥ 당 160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즉 미생물연료전지가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60W 이상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송 교수가 개발한 미생물 연료전지는 폐수 5ℓ를 처리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1㎥ 당 220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송 교수는 "전지의 음극을 수평으로 배치하고 양극은 공기에 직접 노출되도록 배치하는 공정기술을 통해 내부저항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며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전지의 용량을 키워도 생산되는 전력량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이는 곧 세계 최초로 미생물연료전지의 실용화 가능성을 연 것을 뜻한다"며 "전력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따로 모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 녹색성장의 개념과도 정확히 일치하는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송 교수가 개발한 미생물연료전지를 전국의 폐수처리장에 설치할 경우 하루에 약 2만㎿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1만 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송 교수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3년간 전주대학교의 유규선, 이송근 교수와 공동 연구를 진행했으며 연구성과는 지난달 말 한국해양대학교와 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공동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송 교수는 "국제특허 출원 절차를 밟고 있으며 가까운 장래에 1㎥ 당 1천W까지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