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누깔 -
너 이거 안 써 봤지? 친구 녀석
낙타누깔이라며 내 주머니에 찔러 주었네
귓속말로 은밀히 건너온 異物,
생뚱맞게 주인을 바꾼 이놈은 어디서 왔을까
고비사막이거나 다클라마칸 어디쯤
누란의 궁전, 별빛에 젖었던
어린 낙타 물먹은 눈을 생각해 보네
모래 속에 잠긴 낙타의 발굽은
눈먼 지팡이 더듬으며 사막을 가고 있을까
가도 가도 판에 박힌 풍경이라
눈을 잃은 것조차 잊은 것을 아닐까
몇 생애 돌아온 것 같은 異國의
가여운 문맹에게 무슨 시를 읽어주고
무엇을 문명이라 보여주랴
전철 타고 오며 주머니 속의 이물질을
내 쓸쓸한 손으로 만지작거리다가
놈이 갑갑할 것 같아 슬며시 꺼내보았네
없다! 낙타누깔이 쏙 빠져나갔다
날치기가 빼갔는지 긴 눈썹만 풀죽어 있다
내가 전철 속 사람들 휘돌아 보니
수 백 개 누깔 群들이 껌벅껌벅
동물 보듯 나를 쏘아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