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청바지는 스스로 벗은 것일까? 누군가에 의해 벗겨진 것일까?
만취한 여성 승객을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던 택시기사가 청바지 때문에 범행이 들통나 죗값을 치르게 됐다.
택시기사 최모씨는 올해 초 대도시의 한 호프집 앞에서 만취한 20대 여성 A씨를 태우고 가다 성추행하고 나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려 한 혐의(준강간미수 등)로 구속기소됐다.
법원의 증거 조사 결과 사건 당일 A씨는 속옷 차림으로 최씨 집에서 잠을 깼고 벗겨진 옷이 모두 현관 입구에 쌓여 있었으며 그 중 청바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뒤집힌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택시에 탄 이후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최씨는 자기 집 앞에서 그녀가 구토해 이물질이 옷과 머리카락 등에 묻었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스스로 겉옷을 벗었다고 주장했다.
또 A씨와 함께 잠자리에 누웠지만 그녀가 다시 토해서 따로 잠을 잤다며 성폭행시도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청바지의 모양에 주목하기는 했으나 "피해자나 가족의 진술만으로 최씨가 A씨의 옷을 벗겼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준강제추행죄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하고 준강간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피고서 뒤집힌 청바지를 최씨가 옷을 벗긴 근거로 해석했다.
서울고법 형사11부(이기택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원심을 파기하고 최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꽉 끼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옷이 뒤집혀 있었고 평소 술을 마시면 옷을 입은 그대로 자는 습관이 있었으며 당시 벨 소리를 듣고도 가족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이를 종합하면 당시 A씨의 옷을 벗길 수 있는 사람은 최씨뿐"이라고 판결했다.
이어 "최씨가 A씨의 신체에서 자신의 유전자(DNA)가 검출되기 전에는 추행 사실까지 부인했던 점이나 집에 연락하거나 데려다 줄 수도 있었음에도 굳이 속옷만 입은 A씨와 장시간 시간을 보내기로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성적 의도를 갖고 옷을 벗긴 것으로 판단된다"며 준강간미수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