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가 사실상 동일한 복제약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혼탁양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불공정거래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도 국내 제약기업들이 복제약 시장 선점을 위해 병의원에 매달 처방한 약값의 '30%+α'를 현금으로 제공하는 등 '리베이트' 수위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의약품 시장의 혼탁 양상은 '영업맨'으로 불리는 업계 영업 담당자들의 증언을 통해서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종합병원에서 처방할 약물을 결정하는 '약물위원회'에 해당 업체의 복제약을 추천하겠다는 계약서에 사인하는 의사에게는 '사인 비'(Signing Fee) 500만원이 지급된다는 것이다. 약물이 실제로 처방 리스트에 포함되는지 여부과 무관하게 추천하겠다는 약속만 하더라도 리베이트가 제공된다는 얘기다.
한 대형병원은 산하 병원 전체의 처방의약품 목록 리스트에 특정 복제약을 넣는 조건으로 2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중소병원에서 복제약을 사용하는 첫 달에는 소위 '랜딩 비'라 불리는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복제약 처방금액의 30-40%를 매달 지급하는 것이 관행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처방하는 의사 몫으로도 3-4개월 동안 처방한 금액의 100%가 배정된다는 조건도 붙는다는 것.
의원은 제약사별로 다소 차이가 나지만 처방금액의 최소 30-40%가 리베이트로 지급된다는 게 정설이다.
중견 ㅁ제약은 복제약을 계속 처방하면 그 양이 많지 않더라도 매년 1천만원을 3년 동안 지급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으며 ㅋ제약은 처방을 시작한 의원에 고가의 의료기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ㅎ제약은 처방을 시작한 의원에 부부동반 여행비를 지원하고 매달 처방금액의 30%씩을 지급한다고 한다. ㅅ제약도 복제약과 소염진통제 사용금액을 합산한 금액의 30%를 리베이트로 제공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대형 제약사들도 의원급에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기는 마찬가지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주요 제약사 영업 담당자들에 따르면 ㅈ사는 첫 달 처방금액의 600%를 여섯 달에 나눠 지급하고 둘째 달 이후 처방 금액에 대해서는 매달 40%가 전달된다. 의원 입장에서는 첫 여섯 달까지는 처방 금액의 약 140% 7개월째부터는 40%를 받는 셈이다.
이밖에 상위권 ㅎ사와 ㅇ사도 첫 달 처방금액의 300-600%와 이후 매달 사용 금액의 30%를 의원에 약속했다고 알려졌다.
상위 제약사의 한 영업 담당자는 "영업력으로 유명한 한 상위 기업의 경우 제공 액수가 첫 달 처방금액의 '100% 밖에 되지 않는다'고 의원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각 업체의 리베이트 내용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알려지는 것은 병의원이 이런저런 제안 내용을 다른 업체의 영업담당자에게 알려주며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며 "'받는 쪽'을 처벌하지 않는 한 어떤 형태로든 리베이트 관행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현재 리베이트 수수가)심각한 상황"이라면서도 "정부가 전문성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해주지 않아 의.약사들을 지속적으로 편법, 탈법적인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이라고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이 관계자는 "적절한 보상 체계를 갖춘 후에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 강력하게 근절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주장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