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 간부들이 '여간첩 원정화'에 이어 경찰 간부를 사칭한 30대 여성에게 또다시 농락 당했다.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된 현직 경찰관 부인 윤모(37.여) 씨는 2006년부터 군 간부 20여명을 만났다고 진술하고 있어 군 기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군 간부들은 윤 씨의 그물에 너무나 손쉽게 걸려 들었다.
경찰과 군 등에 따르면 윤 씨는 군 간부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서울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고 있는 여경 A 경감을 사칭했다.
윤 씨는 A 경감이 몇 년 전 자신의 남편과 일선 경찰서에서 함께 근무해 잘 알고 있었다.
윤 씨는 남편의 신분증을 복사해 자신의 사진을 붙여 신분증을 위조했으며 인터넷을 통해 경찰복과 흉장도 쉽게 구입했다.
경찰은 올해부터 플라스틱 신분증을 사용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종이로 만든 신분증을 사용해 위조가 가능했다.
윤 씨는 군 간부들이 고유의 휴대전화번호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노렸다.
윤 씨는 "당직근무를 했는데 피곤하다"는 등의 엉뚱한 문자메시지를 무작위로 군 간부들에게 보낸 뒤 상대가 전화를 걸어오면 "여경 간부인데 문자를 잘못 보낸 것 같다"며 접근해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
육군 모 부대 B 상사는 윤 씨의 꾐에 빠져 5천만원을 빌려줬으며 다른 부대 C 대위는 윤 씨에게 휴대전화를 선물한 뒤 통화요금을 대신 내주기도 했다.
조사결과 윤 씨는 2006년부터 군부대 간부 20여명을 2∼3명씩 동시에 만났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이들 대부분은 "윤 씨를 모른다"며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의 범행은 사무실로 엉뚱한 전화가 자주 걸려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A 경감의 진정에 따라 경찰과 기무사의 공조 수사로 덜미가 잡혔다.
윤 씨는 검거 당시 모 군부대 관사에서 군 간부와 동거를 하고 있었으며 경찰정복 1벌, 근무복 2벌, 흉장 1개 등이 발견됐다.
윤 씨는 몇년 전부터 남편과 따로 생활하며 이혼소송을 진행 중에 있으며 2003∼2004년에도 경찰관을 사칭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