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달러(약 4천430조원) 규모의 글로벌 자본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지를 가리는 운명의 순간이 임박했다.
FTSE(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는 오는 18일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시장지위 변경과 관련한 연례회의 결과를 발표한다.
FTSE지수는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와 런던증권거래소가 공동 소유하고 있는 FTSE인터내셔널사가 작성해 발표하는 주가지수로 미국 모건스탠리의 MSCI지수와 함께 세계 2대 투자지표로 평가된다.
이들 지수는 주요국 투자기관들이 세계시장에서 개별 국가의 주식을 얼마 만큼 살 것인지를 결정할 때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들 지수에 편입되는지 여부에 따라 해당 국가와 종목의 주가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유럽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FTSE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의 규모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약 3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FTSE는 글로벌 권역을 선진시장(Developed)과 선진신흥시장(Advanced Emerging), 신흥시장(Secondary Emerging), 프런티어 시장(Frontier) 등 4개로 구분하고 있으며 한국은 선진신흥시장에 속해 있다.
한국은 2004년 9월 FTSE의 선진시장 편입에 대비한 공식관찰국으로 지정되자 2005년과 2006년, 2007년 3년 연속 선진시장에 문을 두드렸으나 끝내 진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외환시장 등과 관련된 제도를 크게 개선했기 때문에 이번 4번째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과 함께 여전히 걸림돌이 많아 ‘3전4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대우증권 한치환 연구원은 “한국은 올해 대만과 함께 선진시장으로 편입될 수 있는 후보국에 올라 있으나 편입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한국이 이머징 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옮길 경우 이머징시장 지수에서 생기는 공백을 채워줄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대안 국가로 분류되는 중국은 성장가능성이 큰 시장이지만 최근 증시가 지속적으로 내려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시장 안정성에 대해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FTSE 측이 한국의 제도개혁이 미흡하다고 밝힌 점이 부담이다. 외환시장 자율성과 결제.양수도의 자율성, 장외거래 등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최종 판단할 경우 선진국 편입은 또다시 무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 연구원은 “다양한 걸림돌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FTSE 선진시장 편입 가능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고 전망했다.
시장 여건이 글로벌 투자자의 요구 수준을 상당 부분 충족한 데다 외환시장의 자율성에 대한 외국인 평가가 긍정적이며 MSCI와 FTSE의 글로벌 지수 주도권 경쟁이 이뤄지고 있어 선진국 편입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선진시장에 편입될 경우 벨류에이션 측면에서 긍정적인 재평가를 받고 주요 글로벌 펀드에서 한국의 비중이 커지며 시장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 연구원은 “이머징시장의 변동성이 선진시장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에 선진시장에 편입되면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지수가 이전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올해도 선진시장에 편입하지 못하더라도 부정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FTSE의 지속적인 외환시장 자율화에 대한 권고에도 충분한 개선이 없었다는 인식이 생기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의 선진시장 편입 의지를 의심할 수도 있으나 한국시장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분석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