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지인들이 모여 판돈 4만원에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쳤다면 도박일까, 오락일까.
수원지법 형사5단독 신우정 판사는 도박 혐의로 기소된 박모(49.창틀설치업), 민모(51.보험설계사), 김모(43.노동) 씨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같은 동네에 사는 이들과 유모 씨 등 4명은 지난 5월 12일 오후 8-9시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한 닭요리 음식점에 모여 화투 51장(쌍피 3장 포함)으로 점당 100원 짜리 고스톱을 치다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이들의 판돈은 4만원을 조금 넘었고 판돈을 제외하고 각자 가지고 있던 돈도 각 2천-1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검찰은 이들이 이날 20여 차례 고스톱을 친 것으로 간주하고 도박 전과가 있는 박 씨 등 3명에 대해 형법상 도박죄를 적용해 벌금 70만원에 약식기소하고 전과가 없는 유 씨를 기소유예했다.
신 판사는 그러나 정식재판이 필요하다고 보고 약식기소된 3명을 지난 7월 공판절차에 회부한 뒤 한 차례 심리를 거쳐 판결을 내렸다.
신 판사는 판결문에서 "고스톱을 친 시각이 일반인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시간대이고 친 시간도 1시간에 불과하며 횟수도 20여회인 점, 같은 동네 지인들이 감자탕값을 마련하려는 친목적인 목적이 강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4만원의 판돈과 점당 100원의 고스톱 방식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고스톱을 친 행위는 일시 오락의 정도에 불과해 형법상 도박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 판사는 "우연한 승부에 재물을 거는 노름행위가 형법상 금지된 도박에 해당되는지, 아니면 일시적인 오락의 정도에 불과한 것인지는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에 건 재물의 가액정도, 도박에 가담한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와 재산정도, 도박으로 인해 얻은 이익의 용도 등 여러 객관적인 사정을 참작해 결정해야 한다"며 도박죄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