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2일 새벽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추가경정 예산안의 국회 처리를 시도했으나 예결특위 의결정족수 충족 여부를 놓고 민주당과 논란을 벌인 끝에 본회의를 열지 못해 처리에 실패했다.
한나라당은 11일 민주당과의 협상에서 한전 및 가스공사 손실 보조금 등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하자 이날 밤과 12일 새벽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자유선진당 등과 함께 예결특위 추경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4조2천677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예결특위 전체회의 추경안 의결 당시 한나라당 의원 1명에 대한 사보임 절차가 완결되지 못해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민주당이 주장, 논란을 빚으면서 본회의 개회가 지연됐다.
한나라당은 본회의장에 4시간 동안 의원들을 대기시킨 채 예결특위 정족수 논란을 우회하기 위해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추경안 직권상정을 요구했으나 김 의장은 이를 거부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예결위 전체회의가 사보임과 관련해 절차적 하자가 있음을 김 의장이 확인했다"면서 "국회법을 존중하려는 생각에서 소신을 지킨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새벽 4시 의원총회를 열어 내주 중 예결특위 전체회의부터 다시 열어 추경안을 통과시키기로 결정, 한나라당이 당초 목표했던 추석 전 추경안 통과는 무산됐다.
민주당은 "제1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이뤄진 추경소위 예산안 통과는 '의회주의 폭거', '날치기'인 만큼 향후 국회운영에 협조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1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긴급 소집, 향후 정국 경색이 예상된다.
비록 추경소위이지만 한나라당이 제1 야당인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안건을 강행처리한 것은 18대 국회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추경소위에서는 당초 정부가 제출한 4조8천654억원에서 5천977억원 감액된 추경안이 처리됐다.
민주당이 전액 삭감을 요구해 막판까지 최대 걸림돌로 남아있던 한국전력 및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손실 보조금 1조2천550억원은 2천510억원을 삭감하는 선에서 의결됐다.
또 민주당이 대폭 삭감을 요구했던 자원개발 예산 1조1천억원도 3천억원 삭감됐다. 대신 의료급여자치단체 경상보조(872억원), 민간영아기본보조금(500억원), 화물차 통행료 감면(600억원), 화물차 감차보상 지원(300억원) 등이 증액됐다.
소위는 한전과 가스공사에 대한 1조40억원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신 강도 높은 경영 혁신을 요구하는 한편 추경예산 지원에 따라 주거용, 중소기업, 자영업, 농민 등 4개 용도의 전기요금을 올해 동결하고, 가정난방용 요금에 한정해 일정 금액(8천400억원 상당)을 인하할 것을 촉구하는 부대 의견을 첨부했다.
예결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이사철 의원은 추경안 소위 통과 이후 "민주당이 여야가 추경안을 처리키로 약속한 11일 자정을 3시간 앞둔 오후 9시에 추경안의 60%에 달하는 2조9천억원의 증액안을 제출했다"면서 "이는 추경안 처리를 방해하기 위한 시간끌기 술수"라고 강행 처리의 불가피성을 밝혔다.
반면 민주당 간사인 최인기 의원은 "오만과 독선에 찬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일방적 날치기 통과를 하는 폭거를 자행했다"면서 "민주당은 예산안이 무효라는 점을 국민 앞에 강력히 선언하면서 앞으로 한나라당의 일방처리가 예상되는 국회 운영에 협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반발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추경안 처리 무산 뒤 "민생에는 전혀 관심도 없이 사사건건 발목만 잡는 민주당이나, 예결위 자리를 지키지 않고 지역구에만 내려가는 한나라당 모두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양당은 대오각성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비난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