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현물가격이 5개월여 만에 배럴당 100달러선이 붕괴되면서 경제 안정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은 물가 급등을 진정시키면서 침체에 빠진 내수 경기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1년 전에 비해 40% 높은 수준이고 앞으로 큰 폭의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영향력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최근 유가하락의 배경은 중국과 인도 등의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감소와 유럽의 경기둔화로 인한 달러화 강세 등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이 둔화될 우려도 있다.
◇ 유가 하향안정..90달러대 전망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이 9일 배럴당 98.95달러로 5개월여 만에 두자릿수대로 내려섰다.
두바이유는 3월14일 배럴당 100.18달러로 사상 첫 100달러대에 들어선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4월9일 99.63달러를 기록한 뒤 5개월 이상 100달러 위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두바이유는 7월3일 배럴당 140.7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3개월 만에 무려 30% 급락했다. 다만 1년 전 배럴당 71.13달러에 비해서는 배럴당 27.82달러(39%) 높은 가격으로 고유가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은 수요 감소와 달러화 강세, 투기자금의 상품시장 이탈 등에 따른 것으로 당분간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유가상승 요인으로는 허리케인과 중동 정세 불안,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등이 있지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란을 비롯한 OPEC의 강경 국가들이 감산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유가 수준에서 감산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적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제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고유가가 지속되면 앞으로 석유수요가 더욱 줄면서 OPEC가 시장 점유의 기반 자체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지훈 수석연구원은 "원유시장의 투기자금은 작년 2, 3월 수준까지 줄어 확실한 하락추세에 접어 들었다"며 "내년에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90달러 선으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부장은 "연말까지 유가를 끌어 올릴 특별한 요인은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분위기라면 연말에 OPEC이 감산을 결정하더라도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유가하락, 경기회복 선순환의 출발점
국제유가가 고점 대비 30% 급락했지만 여전히 1년 전에 비해서는 40% 높은 수준으로 고유가 상황이 해소됐다고 진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국제유가 급등이 물가 급등과 경상수지 악화 등으로 우리 경제를 위협했지만 하향 안정세에 접어 들면서 위험도는 약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내리면 교역조건의 개선으로 경상수지 적자 폭이 줄고 원.달러 환율과 물가가 안정되면서 내수가 살아나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최근 유가하락 영향으로 8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12.3%로 1년 전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전월에 비해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앞으로 유가 하락이 추가로 반영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증가세도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대외 의존도가 굉장히 높고 유가에 충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유가 하락은 긍정적"이라며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면서 내수 쪽에서 성장의 모멘텀을 끌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제유가 하락에는 세계 경기를 끌어 올린 중국과 인도 등의 성장률 저하와 유럽의 경기둔화가 배경이 되고 있기 때문에 수출 둔화도 우려된다.
특히 최근 지역별 수출을 보면 중국과 인도 뿐 아니라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동지역의 플랜트 수출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지역의 경기 둔화는 수출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선진국 경기 둔화가 본격적으로 개도국에 반영되는 내년 상반기에는 수출 여건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두바이유 100달러 선이 붕괴됐지만 아직도 고유가 상황이라는 판단에 따라 고유가 위기관리대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하반기 두바이유 평균가격을 배럴당 120달러로 전망했던 것에 비해 여건이 나아지긴 했지만 연말까지 두자릿수로 안정되지 않으면 위기관리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