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진한 신뢰를 보이면서 경제부총리제 폐지 이후 흔들렸던 재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7월 개각 때 강 장관이 유임된데다 대통령이 경제정책의 변화보다는 일관성과 연속성을 다시 강조하고 나섬에 따라 앞으로 재정부의 경제정책 수립과 조정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연내 발표될 2단계 기업환경 개선대책, 2.3단계 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 부동산 안정 종합대책 등 정부의 규제완화 및 성장잠재력 제고 노력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신뢰 있어야 책임있게 일한다"
7월 개각 때 강 장관의 유임이 결정됐지만 이후에도 야당과 시민사회 등에서 강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야당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가 강 장관을 공격했고, 유임이 결정된 직후인 지난 7월에는 전국 118명의 경제.경영학자들이 인위적 환율 상승을 통해 경제난국을 초래했다며 강 장관 교체를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747' 공약의 뼈대를 만든 강 장관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청와대에서 가진 특별기자회견에서 "경제가 어려울 때 그때그때 (장관을) 바꾸면 한달에 몇번씩 바꿔야 한다"고 말한데 이어 7월 개각에서 최중경 당시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해임시키면서도 강 장관에 대해서는 "중도 하차시키기에는 매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면서 신뢰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환율 폭등과 물가 상승세로 다시 강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이날 국민과의 대화에서 경질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발언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환율정책은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영향에서 벗어났다. 최근 달러 가치가 상승하다보니 (원화 뿐 아니라) 유로화나 엔화 할 것 없이 오른다"면서 지금은 환율 상승이 강 장관의 정책 실패로 인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장관들이 1년도 못채우고 바뀐 예가 많은데 저는 신뢰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신뢰가 있어야 책임지고 일할 수 있다"고 말해 강 장관을 경질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 "컨트롤타워 기능 이미 회복"
대통령이 이날 강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내놨지만 관가에서는 이미 지난 7월 개각에서 경제수석의 경질에도 불구하고 강 장관의 유임이 결정되면서 사실상 재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 기능이 부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때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장관급 인사 대신 차관급 인사가 대거 참석하면서 부총리제 폐지 이후 재정부의 힘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지만 7월 개각을 전후로 대통령의 강 장관에 대한 신뢰가 확인되면서 그런 지적은 사라졌다.
실제 7월초 열린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브리핑에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전광우 금융위원장 등 경제부처 장관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강 장관도 경제수장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강 장관은 이달초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금융위기설에도 불구하고 경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에 "보이는 컨트롤타워도 있고 안 보이는 컨트롤타워도 있다. 10조원 규모의 민생안정대책을 내놨는데 나 혼자 이렇게 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도 초기에 일부 문제는 있었지만 현재 경제팀은 안정궤도에 올라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초기에 내각이 만들어지고 국제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손발이 맞지 않았다고 하는데 초기에 그런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조화가 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경제정책 힘 받는다
재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에 힘이 실리면서 이달 중 발표될 굵직한 경제정책 발표과정에서 재정부의 부처간 정책조율 역할 등에 관심이 모이지고 있다.
정부는 빠르면 이달 중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과 2단계 기업환경개선대책, 2단계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부동산 종합대책은 전면적인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함께 공급확대 방안 등을 담을 것으로 예상되며, 2단계 기업환경개선대책은 경제 5단체와 지자체 등에서 건의한 과제를 중심으로 물류.유통.정보통신.외환부문의 규제를 중점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2단계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은 서비스산업의 규제 합리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및 국민.기업의 편의 증진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이들 대책 모두가 다른 부처와의 의결 조율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재정부의 정책 조율기능은 필수적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번 개각에 이어 대통령이 다시 한번 강 장관에 대해 신뢰를 보낸 것은 그만큼 강 장관이 새 정부의 경제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고 '경제살리기'의 적임자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앞으로 경제정책을 수립.집행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그동안 장관 교체가 너무 자주돼 국가 경제정책의 일관성 문제가 제기돼왔는데 자주 교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컨세서스 하에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대통령도 직접 경제를 챙기겠다고 한만큼 부총리제를 두느냐 하는 제도의 문제보다는 경제팀 운용에 있어서 실질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