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위는 9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4조9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처리문제를 이틀째 논의했으나 절충점을 찾지 못한 채 진통을 거듭했다.
이에 따라 여야가 당초 합의대로 11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한나라당은 고유가로 인한 민생고를 해소하고 서민과 중산층의 고통을 덜기 위해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키자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은 2조4천억원, 자유선진당은 2조원 삭감 요구를 고수하면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특히 야권은 전기.가스 요금 동결로 인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손실 보전을 위한 1조2천500억원의 보조금 지급 문제를 놓고 국가재정법상 근거가 없는 정책이라고 맹공을 가했다.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은 "국가재정법은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제한하는 위헌이 아닌가 한다"며 "정부는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성이 있을 때 추경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는 근거가 헌법에 있다"고 야권의 주장을 반박했다.
같은 당 진성호 의원은 "정부가 6월 초에 추경안을 제출했지만 18대 국회가 80일 가까이 공전하는 바람에 처리가 늦어졌다"며 "오히려 국회가 죄송하다고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강석호 의원도 "정부는 사상 초유의 고유가로 인해 서민의 어려움이 계속되자 적절한 시점에 추경안을 내놨는데 국회가 처리를 늦추고 있다"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반면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한전이나 가스공사가 계속 손실을 낸다면 보조금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막대한 이익을 낸 기업에 대한 지원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한전은 작년 당기 순이익 중 3분의 1 가량을 올해 2월 주주들에게 배당했다"며 "당시 유가가 많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을 텐데 무책임하게 너무 많은 배당을 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은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해 1천억원의 추경을 편성한 것에 대해 "통행료를 깎는 것도 좋지만 생계형 출퇴근에 대해 보조해주는 게 맞다"며 부적절한 예산임을 지적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조금은 한전과 가스공사 지원이 목적이 아니고 요금을 동결시키는 게 주목적이었다"며 "동결에 의해 일어나는 문제는 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강 장관은 또 "현재 유가가 약간 내린 것 빼고는 지난 6월 추경을 제출할 때보다 상황이 더 악화됐다"며 "유가가 유지됐다고 해도 다른 변수가 어떻게 될 것이냐를 추정해 보면 세계잉여금을 갖고 추경을 편성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한전이 금년에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다만 앞으로 보조금은 더 이상 쓰지 않고 요율을 정상화하는 방식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