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는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카에다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에 의해 계획된 것이다.'
미국인에게는 넋 나간 소리로 들릴 수 있는 이같은 루머가 아랍 지역에서는 당연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아랍인 대부분은 일개 테러조직이 초강대국인 미국의 방어망을 뚫고 테러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일하는 시리아 기술자 아흐메드 이삽은 "미국의 주장과 언론보도를 믿지 않는다"며 "난 미국이 석유 확보를 위해 이라크를 침공할 구실을 찾기 위해 테러사건을 꾸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에서는 언제, 어디서 이런 종류의 루머를 처음 접했는지 따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게 됐다. 루머가 확산되면서 이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진실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기사 제인 알-압딘은 "최고의 정보능력을 자랑하는 미국이 빈 라덴을 검거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그가 이번 테러와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동 전문가들은 아랍인들의 이런 주장이 터무니 없다 하더라도 미국인들이 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아랍인 대부분은 아랍과 이스라엘 간 분쟁 과정에서 미국이 공정한 중재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여긴다. 이슬람 아랍권의 명성을 훼손하고 이스라엘을 편드는 식의 정책기조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카이로대학에서 관광학을 전공하는 히샴 압바스는 "미국은 9.11 사건을 핑계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이슬람국가 2곳을 침공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미국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집트 정치전략연구소의 와히드 압델 메귀드는 "루머가 사그라지지 않는 현상은 미국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의 결과"라며 "아랍인들은 미국이 아랍권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이 뭘 하든지 간에 배후에 무언가 있다고 의심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