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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9. (일)

내국세

[稅政詩壇] -몸의 현弦 - 정재영 (삼성서)

-몸의 현弦 -

 

 

 

일기예보를 믿느니 아내의 수술자국을 믿기로 했다
아침부터 그녀의 하복부를 좌에서 우로 죽 긋고 가는 가려움
하늘이 멀쩡한데, 여보! 우산 챙겨 가요
몸속에 부풀어 오른 먹구름을 걷어내느라
천의무봉의 육신에 재봉선을 갖게 된 여자
그 솔기아래 억눌러온 몸속 공허가 발작하면
비올 확률 100%
먹구름이 걷히고 말짱 개긴 하였지만
그녀의 몸은 더는 해를 품지 못하는 태허太虛
한 줄기 빗발처럼 아내의 몸을 스치고 간 메스의 추억
그 가려움이 예고하는 생의 기상도는 두고두고,
그녀의 몸을 비우고 간 먹구름을 불러 올 것이다
정신보다도 먼저 몸으로 예감하는 천기天氣,
정신보다도 더 오차를 내지 않는 그 몸의 기상특보를
나는 믿기로 했다 한 여자의 몸에서
긁어도 긁어도 지워지지 않는 가려움이
발작하듯 한번씩 먹구름을, 비를 불러온다는 것을
그것은 살 에이던 고통의 변주變奏
아내는 아침부터 긁적긁적 몸의 현弦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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