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외감대상 기준금액 100억원이상으로의 상향조정은 우리나라가 회계제도의 선진화를 지향하고 회계의 투명성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제고해 나가는 일련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역행하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제는 외감법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 해 나가야 한다”
이는 권오형 한국공인회계사회장(사진)이 최근 금융위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법률사항이 아닌 시행령에 중소기업 등 비상장회사에 대한 외감대상 기준금액을 현행 70억원이상에서 100억원이상으로 상향 조정함으로써 이들 기업이 회계감사로 인한 비용부담을 대폭 완화해 주기로 한데 대해 이를 외감대상 기준금액이라는 ‘부분적인 개선’으로 보기보다는 ‘외감법 전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 하자며 한 말이다.
이를 위해 권 회장은 “모든 주식회사는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전제, “다만, 외감 대상에서 제외되는 업종은 선별하면 될 줄로 안다”며 외감법 전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대대적인 개혁 작업이 필요함을 이같이 역설했다. 최근 금융위의 이같은 외감대상 기준금액 상향조정으로 회계사업계는 적잖은 초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분위기다. 권 회장을 만나봤다.
-금융위가 외감대상 기준금액을 100억원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는데
“지난 번 숙명여대에서 학생들과 인터뷰를 하는데 학생들이 30년 개업 회계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느냐고 묻기에 기업 감사를 하면서 ‘분식회계’ 를 찾아내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도 부모님에게 용돈을 탈 때 용돈의 용처를 사실대로 다 말하지 않지 않느냐, 그런데 분식회계를 하는 기업의 경우 오죽 하겠는가. 이 상황에서 학생들은 ‘용돈 기입장’이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학생들은 순수하고 세금과는 관련이 없는 규모의 금액이 아닌가.
그러나 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기업이 분식회계를 하게 되면 이는 곳 비자금이 되고 기업 비자금은 탈세로 연결되기 때문에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이는 사회적 파장이 여간 크지 않게 된다.”
-기업에 대한 외부(회계)감사가 필요한 이유는
“외부감사제도는 규제가 아니라, 기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해관계인을 보호하기 위한 공공재적 제도다. 따라서 외부감사제는 ‘기업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오히려 모든 기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상속세가 아직 50%이고 3년이내 납부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사실 중소기업은 세금 낼 돈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고 잘못하면 경영권이 넘어갈 수가 있어 상속세를 내서 경영권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비자금 조성은 어떤 부분에서 이뤄진다고 보는가
“업무와 무관한 비용 부분이다. 일례로 배우자의 골프비용이라든가, 해외여행 시 지출되는 부분 등이 그것이다.
한상률 국세청장이 어느 모임에서 세무조사를 받는 법인이 0.8%밖에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계량화 해 보면 결국 120년에 1번 조사를 받는 셈이 된다. 이처럼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축소하고 있는 추세인데다 조사 또한 거의 없어서 탈세를 막으려면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회계감사는 투명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기업들이 반드시 받아야 할 사안이고 탈세방지를 위해 10% 세액공제를 해주는 등 부수적인 정부의 세제지원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함은 불문가지다.”
-모든 기업이 다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 실례로 금융기관 대출시 회계감사를 받은 업체에 대해 대출을 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출을 받아서 가지급금이나 사장 개인 용돈으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생각이다. 회계감사 보고서에 의하면 그런 업체들이 많다.
일례로 군에 입대를 하기위해 장병들이 신체검사를 받는다. 이 때 합격 판정을 받아야 군에 입대할 수 있다. ‘우량 장정’이 군에 입대할 수 있듯이, ‘우량 기업’이 대출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결국 기업도 대출을 받기 전에 회계감사라는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주주에 대해 공시를 하지 않으면 과징금을 물게 된다는데
“그렇다. 회계감사가 꼭 필요한 이유는 과다비용 계상 등 변칙 회계 처리를 통해 탈세 비자금을 조성한다든가, 기업의 오너가 비자금을 전용 한다는가 하는 점을 면밀하게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는 금융기관에 해당되고 후자는 세무당국과 관련이 있다. 이런 부분에서 회계감사라는 검증을 받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공인회계사는 경제 파수꾼 역할을 한다. 그런데 회계감사를 배제시키면 사회적 위반 아닌가.”
-외부감사를 선별적으로 제외하자고 했는데
“우선 그 사안에 대해 중기협, 금융위, 회계사회 등간에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다만, 가족회사 등 외국의 경우 주주 수가 적으면 외감대상에서 면제된다. 가족회사의 경우도 부채가 없다든지, 자산규모만 클 뿐 부동산임대업 등은 선진외국에서도 외감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자산규모가 적어도 부채비율이 높다든지 하는 기업은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적지 않다.”
한편 권오형 회계사 회장은 “일률적으로 자산규모 하나를 갖고 외감법을 조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고 전제, “사실 외감법은 지난 80년 국보위 시절 외감대상 기준이 정해진 것이다. 그동안 27년간 시행돼 왔다. 이제 선진 외국처럼 합리적으로 손질할 때가 됐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