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붕괴와 지지도 하락으로 궁지에 몰린 쥬르차니 페렌츠 헝가리 총리가 향후 3-4년 간 8조원에 달하는 '세금 감면' 추진을 마지막 승부수로 던졌다. 거액의 세금 삭감 방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않을 경우 스스로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배수진을 친 것.
MTI 통신에 따르면 쥬르차니 총리는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외자 유치 및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년도 법인세와 개인소득세를 3천억 포린트(2조190억원) 인하하고, 이어 향후 3-4년 동안 총 1조2천억 포린트(8조750억원)의 세금을 감면하는 대대적인 조세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쥬르차니 총리는 현재의 국가경제 상황에서 이 같은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조세 감면 법안이 올 가을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자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한 세금 감면으로 인한 재정 공백을 국가 경제의 20%에 달하는 지하경제 축소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자유민주연맹(SZDSZ)과 결별,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사회당(MSZP) 정부로선 의회 표결에서 옛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연맹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애널리트스들은 쥬르차니 총리의 이날 발표가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다 지금까지 세금 인하에 찬성해온 자유민주연맹 측도 확실한 지지 의사 표명을 보류하고 있어 법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시티그룹의 가르잔 에스테르는 "지하경제 규모 축소를 전제로 한 정부 계획은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도전적이어서 일종의 '신기루'처럼 보인다"며 평가했다.
유니크레디트의 토트 줄러도 "정부는 조세 수입 증가와 지출 축소 없이 내년도 재정적자 축소 목표를 유지하고 싶겠지만 이는 현실성이 결여된 것처럼 보인다"며 자칫 재정 압박이 가속화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유민주연맹은 이번 주말 소속 의원 총회를 열고 쥬르차니 총리의 제안을 검토하겠다며 법안 지지 여부에 대한 즉답을 유보했다.
정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세금 감면 규모가 너무 커 자유민주연맹으로서도 이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쥬르차니 총리의 발표가 나온 뒤 헝가리 포린트화의 대(對) 유로화 환율은 현 정부의 실각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0.4% 하락했다.
헝가리의 사회당 정부는 2006년 총선 승리 이후 국내총생산(GDP)의 9.2%에 달하는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의료 및 교육제도 개혁, 공공인력 감축 등을 추진해왔으나 서민들의 고통이 증가하면서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으며, 지난 4월에는 연정마저 붕괴하면서 쥬르차니 총리의 실각 가능성이 대두된 상태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