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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30. (월)

내국세

'단순한 명의신탁에 증여세 부과는 잘못'

서울행정법원, "법인설립요건 위한 명의신탁은 위법아니다"

명의신탁과 관련한 전향적인 법원 판결이 최근 내려져 과세당국과 납세자는 물론, 각종 과세불복위원회 등의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2부(부장판사·한승)는 18일 영농조합법인 설립 당시 명의를 빌려준 이 某 씨 등 주주 4명이 서울 동작세무서 등 관할세무서 4곳을 상대로 낸 증여세 소송에서 원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영농조합법인 설립을 위해서는 舊농업·농촌기본법에서 지정한 조합원 5인 이상이 참여해야 하며, 지난 2002년 실제 법인설립자인 박 某씨는 이같은 요건에 부합하기 위해 이 씨 등 4명의 명의를 빌렸다.

 

박 씨는 영농법인 지분 가운데 49%를 본인의 이름으로, 나머지 51%는 4명에게 명의신탁하는 방법을 통해 총 210억원을 출자한 후 국세청에 주식변동상황명세서를 제출했다.

 

국세청은 그러나, 07년 2월 해당 영농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실제법인설립자인 박 씨가 조세회피 목적으로 명의신탁을 통해 법인을 설립했다고 보아, 명의를 빌려준 이 씨 등 4명에게 증여세 명목으로 총 72억원을 부과했다.

 

국세청은 이와관련 “법인 설립자인 박 씨가 양도소득세법상 과세비율 36%가 아닌 법인세율 27%를 적용받는 점을 악용, 양도·취득세 등 9억원을 포탈한 만큼 명의신탁 지분은 증여재산에 해당한다”고 원 처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반면, 원고인 이 씨 등 4명은 “법인설립자인 박 씨가 명의신탁을 통해 취득한 지분을 처분하지 않는 등 여전히 현 상태에 있다”며, “성실히 납세의무를 지켰는데도 명의신탁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이다”고 과세의 부당성을 강변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舊농업·농촌기본법에서는 영농조합법인의 설립요건으로 조합원 5명 이상을 강제하고 있으며, 박 씨는 이같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원고들 명의로 출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서울행정법원은 또한 “법인설립 후 현재까지 조세가 체납되거나 배당이 실시된 적이 없다”며, “원고들 명의의 취득 지분 역시 양도된 바가 없는 점 등을 미뤄, 조세회피 목적이 없다고 보이는 만큼 증여세 부과를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명의신탁자와 국세청과의 조세쟁송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단순히 ‘조세회피 혐의’만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잘못임을 지적한 이번 행정법원 판결로 인해 국세청 및 조세심판원의 심사·심판청구 심리절차가 적지 않게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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