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비용 결산액을 해외로 밀반출했다고 시인한 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에 대해 검찰이 출국금지를 내렸다고 대만 언론이 17일 보도했다.
TVBS 등 대만의 방송과 신문들은 천 전 총통의 '돈세탁' 관련 뉴스를 보도하며 이 같이 전했다. 대만 언론은 또 '국무기요비' 유용 혐의 조사를 진행하던 검찰 특별 조사팀이 16일 천 전 총통의 가택을 수색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천 전 총통 집 압수 수색을 통해 총 5억 대만달러(한화 약 150억원)에 달하는 4개의 비밀 은행 통장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들 계좌는 각각 2000년과 2005년 개설된 것으로 현금으로만 거래됐으며 한 번에 5천만 대만달러(약 15억)를 현금으로 입금한 기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 수색 과정에서 천 전 총통 부인 우수전(吳淑珍)여사는 "총통직에서 물러난 후 공적활동을 하기 위해 부인이 해외에 돈을 송금했다"는 천 전 총통의 발언과 달리 "그 돈은 아들 천즈중(陳致中), 딸 천싱위(陳幸<女+予>), 친손녀 딸을 위해 마련한 '천씨 집안 돈'"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천 전 총통의 '돈세탁'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 천 전 총통과 함께 자금을 해외에 빼돌리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우 여사의 오빠 우징마오(吳景茂)에 대해서도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전임 총통이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천 전 총통은 지난 5월20일 총통직에서 물려난 뒤 역대 총통 가운데 처음으로 피고인 신분이 돼 법정에 출두하는 오명을 남겼다.
중남미를 순방 중인 마잉주(馬英九) 총통은 "지금 중요한 것은 당사자(천수이볜)의 발언의 진위보다는 그 돈이 어디에서 나와 어디로 들어갔는지 진상을 밝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천 전 총통이 민진당 탈당을 선언한 뒤 민진당은 당 기율위원회의 결정으로 천 전 총통과 우수전 여사 등 일가의 당적을 박탈한다고 공식 발표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