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새벽 화물차 짐칸에 실린 안개 낀 인생들이 어디론가 실려간다
십여 명의 인부들 틈에 낀 쳐진 어깨 위로
안개비가 덜컹거리는 잠들을 적신다
거슬러 올라야만 볼 수 있는 새벽빛에 자꾸만 떠밀려 간다
출산을 앞둔 아내의 배가 불러갈 때마다 허리는 자꾸 가늘어진다
가방 속 흙손은 오늘도 잠잠하다
더 이상 바를 것 없는 절벽에 서서 생이 잠시 주춤거린다
허공에 눈물을 찍어 바른다
팔리지 못하고 돌아서는 날이 더 많다,
헛배만 부른 미장가방 시멘트 자국처럼 슬픔이 묻어있다
단칸방을 지키는 아내의 손이 하염없이 얼굴을 쓰다듬는다
빈손을 들고 아내의 배를 문지르고 바른다
구슬 달린 아이의 신발이 눈에 반짝인다
아내의 손이 흙손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