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달 말과 다음달 초중순에 발표될 2, 3단계 공기업 선진화 대상 기업들은 민영화보다 통폐합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1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달 말에 발표될 2단계는 통폐합 기관을 중심으로, 다음달에 나올 3단계는 시장경쟁 등 여건조성이 필요한 기관이나 선진화 방안에 이견이 있는 기관이 다뤄진다.
배국환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11일 열린 브리핑에서 "2~3차 방안을 발표하고 나면 민영화.통폐합.기능재조정 다 해서 100여개 안팎에서 (대상이) 결정될 것이다. 나머지는 경영효율화를 추진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 3단계에서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통폐합을 비롯해 부처별로 산재한 여러 '진흥원', 평가원, 연구소들이 '부처 당 1개 기관' 원칙에 따라 통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 통폐합 위주..일부는 민영화
민영화 대상 공기업은 우선 1차에서 27개가 발표됐지만 2, 3단계에서 추가되는 기업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 차관은 "요금과 직결된 전기.가스.수도.건강보험 등은 임기 내에 민영화하지 않는다"며 "그런 기관들을 제외하면 앞으로 검토될 민영화 기관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민영화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기관은 대한주택보증, 한국감정원, 88관광개발, 한국철도공사 자회사 등이 꼽히고 있다.
통폐합 기관을 주로 담을 2단계 방안과 관련해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공기업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이다.
통폐합과 관련, 신보는 정부가 결정을 내리면 따라간다는 '현실론'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기보는 통합에 결코 찬성할 수 없다는 '불가론'을 펼치고 있어 향후 갈등이 예상된다.
다만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통폐합은 1단계 방안에서 인천공항공사의 지분매각 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수출입은행과 수출보험공사는 통합시너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부처별로 다수 기관으로 분산된 지원기관을 부처당 1개로 통합한다는 원칙에 따라 통폐합을 추진키로 했다. 이 기관들은 국민 기본생활과 무관하고 기관의 숫자가 많아 통폐합에 따른 반발은 적은 대신 성과는 크게 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전자거래진흥원.소프트웨어진흥원 등 지식경제부 산하 기관이나 게임산업진흥원.컨텐츠진흥원.방송영상산업진흥원 등 문화관광부 산하 지원 기관 등이 1~2개 기관으로 통폐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산업기술평가원.한국과학재단.학술진흥재단.정보통신연구진흥원.환경기술진흥원.건설교통기술평가원 등에 산재해 있는 연구개발(R&D)에 대한 기획.평가기능 등도 상호 중복되므로 기능 통폐합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 산하 12개 R&D 지원기관은 2~3개로 통폐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상 기관은 산업기술평가원, 산업기술재단, 부품소재산업진흥원, 기술거래소, 정보통신연구진흥원,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디자인진흥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등 산업분야 8개와 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 전력기반조성사업센터,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등 에너지분야 4개 기관이다.
이들 기관은 R&D 심사.평가 업무와 산업기술 정책.기획업무 등 기능별로 나눠 2개 기관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지경부는 에너지 분야를 별도의 기관으로 둬 모두 3개로 재편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재정부는 에너지 분야도 통합해 2개로 합쳐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과학기술분야 3개 연구기관인 공공기술연구회.기초기술연구회.산업기술연구회와 국민생활체육협의회.대한체육회.국민체육진흥공단도 중복 기능에 의한 통폐합 또는 기능 재조정 대상 기관으로 분류되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의 재활훈련사업, 장애인고용촉진공단과 산업인력공단의 고용촉진사업은 실질적인 내용이 매우 유사해 통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교통안전공단과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은 교통방송과 도로교통 안전교육 및 홍보활동 등을 중복 수행하고 있어 업무 재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은 일찌감치 민영화 제외 방침이 제시됐지만 '공기업의 삼성전자'격으로 대표성이 크다는 점에서 전력산업 구조개편 차원에서 경영효율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다음달 초 토론회를 거쳐 전력산업의 도매(배전)와 소매(판매) 부분의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 구조개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 공공기관 인력.예산 감축
정부는 민영화와 통폐합, 기능 재조정 대상에서 제외돼 공공기관으로 남아있는 모든 기관에 대해서도 인력과 예산을 감축하는 경영효율화를 추진한다.
경영효율화 계획은 기관별로 효율성을 최소 10% 이상 높인다는 목표 아래 기획재정부와 각 주무부처가 협의해 마련하며 주무부처는 소관기관의 경영효율화 계획을 이달 말까지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효율성 10% 향상'이라는 원칙을 제시했지만 효율성을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인력과 예산 등 하드웨어 효율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조직과 인력은 기관 고유의 핵심기능 수행에 필요한 수준으로 감축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임원을 포함한 과도한 상위직과 지원인력의 감축, 대부서 체제 전환, 지방조직의 단순화 및 광역화, 해외지사의 축소 등을 통해 인력감축을 달성할 계획이다.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임원 등 단위부서장과의 경영계약제를 도입하는 소프트웨어 측면의 효율화도 동시에 진행된다.
정부의 10% 예산절감 취지에 맞춰 공공기관도 10% 절감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며 출자회사의 정비와 관리체계 개선, 유휴자산 매각, 감사원.국회 지적사항 개선 등의 내용들도 경영효율화 계획에 포함키로 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