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으로-
광화문역에는
휘돌아치는 바람이 분다
어디에서 몰려와
어디로 쏠려 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일 년 열두 달 쉼 없이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린다
플라타너스 이파리들이
여인네들 주름치마처럼
바람결에 울렁폴랑거리는데
간밤의 황소바람에 구름들이 내쫓겼는지
깊을 대로 깊어 아득한 하늘
바람처럼 살고 싶다
자유로이 살고 싶다
세상 속에 스며들어 버무려지는
잔바람도 좋지만
저 맑고 깊은 우주 속으로
목적지도 없이
바쁠 것도 없이
훨훨 휘도는 바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