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제천세무서 윤형석 조사관이 가족과 함께 물놀이 갔다 물에 빠진 아들을 먼저 구했지만 정작 본인은 유명을 달리 했습니다. 이 詩는 故 윤형석 조사관이 남긴 시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편집자>
-사랑이라는 열차-
그대, 살아가는데 가진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만 생각하지 마
사랑이라는 열차가 꼭 새마을호일 필요는 없어
내겐 비둘기호로도 족하지
아담한 자리에 가족이 모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으면 그만인 걸
자리가 없으면 어때
차창 밖에는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따스한 햇살은 우리 앞길을 비추는 걸
그대, 꼭 그렇게 서둘러 가려고만 하지 마
더디더라도 인생이라는 여정을 지나가긴 마찬가지니까
어깨를 부대끼며 서로의 체취를
노동의 땀방울, 그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는
단칸방 작은집 같은 비둘기호가
훨씬 오순도순 정답다구
게다가 그냥 지나쳐버리는
소박한 삶의 간이역들에 있는
성실한 역장의 인사와
들꽃들의 환한 웃음을 어루만지며 갈 수 있는 걸
그대, 우리 더디 가든 빨리 가든
삶의 종착역에서 만나
김치에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며
지난 삶의 추억들을 이야기해 보자구
그러니 차근차근 가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