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28일 열린 국회 민생안정대책특위 전체회의에서는 현안으로 떠오른 감세 및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날선 공방이 오갔다.
민주당은 양도소득세 완화를 비롯해 정부가 추진중인 감세 정책에 대해 "부자를 위한 감세 아니냐"며 현 여권을 '부자 정권, 부자 정당'으로 각인시키는데 주력한 반면, 한나라당은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또한 참여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해 조세 정책을 동원한 것을 놓고도 팽팽한 논쟁이 진행됐으며, 민주당 의원들은 강 장관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감세 논쟁 = 민주당 최철국 의원은 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해 "감세 제도가 가진 자를 위한 제도이므로 일반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소수 부자를 위한 정부'라고 느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또한 "(대기업을 위한 법인세율을 인하하기 보다) 일반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세율을 낮추는 게 국민통합을 이루고, 경제를 전체적으로 활성화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은 "참여정부가 세금폭탄을 했다고 이렇게 세금잔치를 해야겠느냐"며 꼬집었다.
같은 당 오제세 의원은 "종부세, 재산세, 법인세 등의 감세 계획은 상위 5%, 20%, 30%에 속하는 분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라며 "하위 50%가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진작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부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부동산 시장을 위해서는 세제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종부세는 지난 정부가 고액재산가에 대한 징벌적 성격으로 부담시킨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또한 강 장관은 "저 뿐아니라 과거 어느 정권 때도 세법을 개정하면서 고소득층만을 위한 생각은 안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서민부담이 늘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세, 부동산정책 수단 적절성 논란 = 강 장관은 종부세와 관련한 나성린 의원의 질문에 대해 "조세제도를 부동산 정책에 쓰는 것은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발끈했다.
강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팀 수장이고, 이용섭 의원은 참여정부에서 국세청장과 건설교통부 장관 등을 지냈다는 점에서 전.현 정권 '조세 전문가'들의 치열한 격돌이 관심을 모았다.
이 의원은 "조세정책이 부동산 정책에 기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을 보고 걱정이 된다" "불로소득을 환수하지 않고는 투기를 막을 수 없다" "세금이 아니면 어떻게 투기 소득을 환수하느냐"며 공세를 폈다.
이에 강 장관은 "투기에 따른 불로소득은 막아야 한다"면서도 "조세는 가능하면 재정의 고유 목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 것이며, 세제는 사후 교정에는 많은 효과가 있으나 이미 투기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역할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 의원은 "양도 차익 상당 부분이 세금으로 흡수된다는 인식을 주면 투기 동기가 줄어든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반론을 폈다.
또한 강 장관이 종부세가 한국에만 있는 조세라며 회의적 입장을 피력하자 이 의원은 "우리처럼 투기가 극성인 나라가 어디있느냐"고 따졌고, 강 장관은 "그렇다 해도 정책은 정도와 원칙을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맞섰다.
두 사람의 마찰은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에서도 발생했다.
선공에 나선 이 의원은 "경상수지는 11년만에 적자를 기록했고, 하반기 성장률이 3%로 추락하고 있고, 고용도 최악으로 예상된다"며 '경제의 3대 축'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 장관은 "지난 5년간 경제가 축소지향으로 왔으며, 3대 축이 무너진 것은 이미 그런 추세로 왔고 새로운 정책으로 인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한 그런 추세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정 책임을 참여정부에 돌렸다.
이 의원은 "강 장관은 상사로 모신 분인데 (답변하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투기적 양도소득이 1세대 1주택이라고 해서 비과세가 돼 또다시 부동산 불패신화가 살아나서는 안될 것"이라며 질의를 끝냈다.
◇강만수 자진사퇴 논란 = 이날 회의에서도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강 장관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민주당 김희철 의원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주장하며 "'잃어버린 10년'보다 앞으로 걱정스런 세월이 올 지 모른다고 솔직히 고백하고 오만과 안이함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고통분담을 호소해야 한다"며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이어 민주당 전병헌 의원도 강 장관의 자진사퇴를 주장하며 "강 장관은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었고, 계시는 동안 이명박 정부의 경제는 실패했다는 인식이 지속적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 장관은 "앞으로 민생을 더 챙기라는 질책으로 받아들이겠다", "충고라고 생각하겠다"고 넘겼다.
한편 강 장관은 52개 품목의 물가 통제 의혹에 대해 "선의가 악의적으로 해석된데 대해 통탄을 금치 못한다", "이데올로기적으로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고, 그 이상 설명해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 역부족을 느낀다" 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강 장관은 "택시 기본요금과 연탄값이 얼마인가"라는 전병헌 의원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 야당 의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