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 전 대통령이 17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명기 파문 등 정국현안과 관련, 현 정부를 향해 조언을 쏟아냈다.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맹형규 정무수석이 이날 '소통 행보'의 일환으로 동교동 사저로 예방한 자리에서다.
김 전 대통령은 "두 분이 중책을 맡아서 수고가 많겠다"고 반갑게 맞은 뒤 "대통령도 안녕하시냐. (대통령이) 요즘 여러가지로 심려가 많으시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40분 가량 이어진 비공개 면담에서 "남북관계나 한일관계나 모두 양면을 함께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정치든, 국정이든 성공하려면 한편으로는 망원경으로 보듯 넓게 멀리 봐야하고, 또 다른 한편으론 현미경으로 보듯 가깝고 치밀하게 봐야한다"고 말했다고 맹 수석이 전했다.
이어 "북한과의 협력 관계에 대해서는 망원경처럼 보아 발전시키는 한편으로 금강산 문제는 현미경으로 보듯 세밀하게 풀어야 하며, 일본 문제는 협력은 계속 해나가되 당장의 독도 문제는 현미경으로 보듯 봐야 한다"며 "이 두가지 측면을 분리해서 잘 봐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회 개원연설에서 북측에 전면적 대화를 제의한데 대해 "진일보한 것"이라고 긍정평가하고, "그런 방향에서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 "독도를 분쟁지역화해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려는 일본의 저의를 현 정부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독도 문제는 영토주권에 관한 문제인 만큼 단호하게 대응하되 실효적 지배를 위한 조치를 강화해 나가는 자세가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 우파에게 구실을 주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과 관련, "비록 (관광객이) 초소를 넘었다 해도 총격을 가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유감을 표시한 뒤 "(정부가) 그런 부분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되지 않는 방향으로 치밀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문제나 국제문제는 야당이나 재야 인사 등 여러사람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렇게 해서 잘 되면 결국 모두 이 정권의 공이 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고 한다.
또 "남북문제는 성질을 급하게 해선 안된다. 인내심을 갖고 차분하게 대응하라"면서 "북한은 체면을 중시한다"고 설명했으며, 2002년 서해교전 발발 당시 남북간 핫라인 가동을 통해 사태를 해결한 경험을 소개하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물밑접촉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맹 수석은 "현 정부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부분은 없었고, 정국 현안에 대해 덕담 수준으로 경륜 있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