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1세기 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다. 어느 분야에서건 성공하려면 그 분야에 대한 정보수집능력과 분석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일찍이 '칭기스칸'이 아시아 대륙을 제패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의 부대가 빠른 말을 이용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상인들로부터 정보를 신속하게 입수해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가 부강한 나라를 만들려면, 국가경쟁력부터 키워야 할 것이고 경쟁력을 키우려면 무엇보다 온 국민에게 정보 마인드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공무원들은 수집된 정보를 해독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은 '국세청'이라고 하면, 누군가가 어떤 업체에 대한 탈세 사실을 고발하면, 곧 국세청 세무조사관이 나와서 해당업체의 장부와 증빙서류 등을 조사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하는 광경을 떠올린다. 그러므로 세무조사관은 국세청의 얼굴이며 간판이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행위들은 국세청의 이미지로 남게 된다.
필자는 우선 세무조사관들이 하고 있는 일 중의 하나인 세원정보수집과 관리체계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이런 말이 있다. 중국 사람은 해외에 나가면 돈을 벌어오고, 일본 사람은 정보를 보내 오는데, 한국 사람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해서 아무 연락도 없다고 한다. 해외에 나가서 얼마나 바빴으면, 자기 자식에게는 모국어(母國語)도 가르치지 않고 고국에 연락도 없이 산단 말인가? '이것이 과연 올바른 국민상(象)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통상, 일선 세무서 조사과내에는 정보 수집을 전담하는 '세원정보팀'이 있다.
국세청에서는 그 팀이 설치될 당시의 취지에 맞게 엘리트 요원들로 구성해서 그들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고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그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그러면 그들은 훌륭한 세원 정보자료를 열심히 수집할 것이고, 그 결과 세수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면 잊지 않고 특별승진과 포상제를 실시한다면 그 팀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고 국세 정보시스템 또한 날로 발전할 것이다.
그런데 일선 세무서 '세원정보팀'의 위상(位相)을 살펴보면, 서장이 뭐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을 뿐더러, 각 과 직원들에게 탈세 정보자료나 내라고 독촉하는 귀찮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팀원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숨어서 공부나 하려고 하는 직원이 아니면 자신이 무능하거나 문제가 있어서 조직으로부터 소외(疏外)된 사람들로 구성돼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니 그들에게서 어떤 양질의 세원정보 자료가 수집되기를 기대한단 말인가? 또한 그들에게 어떤 세원정보 자료를 갖다 준다고 한들 해당 자료를 제대로 해독(解讀)이나 할런지 모르겠다. 사기(士氣)가 땅에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서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반(半)강요하는 식으로 해서 마지 못해 제출된 자료이니 내용이 부실할 수밖에 없고, 내야 할 순번이 돌아온 직원에게는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욕 얻어먹을 얘기지만, 전(全) 세무공무원을 정보요원화(化)해서 그들로 하여금 정보수첩과 필기도구를 항상 갖고 다니게 하여 어디서 무엇을 보거나 누군가에게서 무슨 말을 들으면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면 아마 훌륭한 세원정보 자료가 끊임없이 나올 것이고, 그들 자신도 성공적인 삶을 향유(享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수한 정보자료의 제출로 세수에 크게 기여한 직원을 발굴해서 포상금 지급과 특별승진의 기회를 부여한다면, 자발적인 정보자료의 제출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제출된 탈세정보자료에 의해 조사 성과를 크게 거양한 사람에는 표창 등 보상이 따랐으나 정작 그 정보자료를 제출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축구에 있어서 슛(shoot)을 한 사람만 영웅이 되고, 죽어라고 어시스트를 해준 사람에게는 공(功)을 전혀 인정해 주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다. 그러니 공만 잡으면 서로 패스도 해주지 않고 각자 슛을 하려다가 상대방에게 공을 빼앗기기 일쑤고 자살골까지 넣는 등 경기 자체를 망치고 마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국세청 조사국 어느 과(課)의 某계(係)에서 수개월에 걸쳐 쉬쉬하면서 어떤 특정업종에 대해 정보자료를 수집해서 분석하고 전산조회 등을 하여 몇개 업체로 압축해서 고생고생하면서 내사(內査)를 완료했는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미 다른 과에서 그 업종에 대해 내사(內査)해 봤는데 실익이 없어서 덮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이냐? 통상 국세청 조사국의 각 과에서는 걸작을 만들어 자기 계(係)만이 청장 앞에서 깜짝쇼를 벌이려고 타 과에서 이미 내사(內査)를 마쳤는지도 모르고 수개월 동안 숨죽이면서 한 일이 허사로 돌아갈 때가 종종 있다.
국세청에서 최후의 보루(堡壘)라고 할 수 있는 조사국에 정보를 통제하는 부서가 없어 다른 과에서 이미 내사(內査)를 마쳤는지도 모르고 또다른 과에서 내사(內査)를 하고 있는가 하면 과거에 내사(內査)를 실시했던 주옥(珠玉)같은 자료들이 있는데도 이를 각 계(係)별로 보관하면서 내놓지 않아 유사(有事)시 활용하지 못하고 사장(死藏)시키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몇년이 지나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소중한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