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7.02. (수)

[시론]큰 그릇·작은 그릇

인류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 사용한 도구들 중에서 하나가 그릇이 아니었나 싶다.

 

까마득한 옛날(구석기·신석기시대 포함) 인류의 조상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더 힘이 세거나 더 빠른 짐승들을 잡는데 돌도끼·돌창 등이 사용됐을 것이다.

 

그 다음 인류가 불을 발견해 사냥 등으로 얻은 음식을 익혀 먹고 보온을 하기 시작한 것이 불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었고, 그 다음쯤 등장하게 된 것이 그릇일 것이다.

 

음식을 가공하거나 보존하거나 나누게 되면서 절대적으로 그릇이라는 도구가 필요했으며, 이제 불을 이용해 그릇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1만년 전후에는 문명발전의 단계인 농업혁명을 이뤄 정착하면서부터는 그릇들이 더욱 다양하게 사용됐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시대·어느 지역·어떤 문명에서도 그 당시 사용하던 그릇들이 발견되고, 각국의 박물관마다 예외 없이 가장 대표적인 전시품이 토기·자기그릇들이다.

 

대부분의 재료들이 흙·돌·유리·금속 등 썩지 않는 물질들이어서 수백·수천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보존되고 무덤이나 유적지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릇들은 시대·지역 및 민족 등의 따른 문명의 척도로서 기능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사 및 고대문명의 발상지에서 빗살무늬 토기 등이 많이 발견됐으며, 특히 고려청자·이조백자 같은 지금도 흉내내기 힘든 아름다운 그릇들은 세계적으로도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생활의 대표적 필수품인 그릇들은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다른 의미도 갖고 있다.

 

즉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그릇이 크다·작다, 또는 기본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다툴 때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등이다.

 

요즘은 5년만의 대선이 끝나고 한창 대통령직 인계인수작업이 한창이며, 임기(4년)가 다른 국회의원 선거(총선)도 곧(4·5의 배수 20년 만에 같은 시기)이어서 이 다른 의미들이 새삼스레 실감이 나고 있다.

 

이제 한달여간 남은 기간 중에 국무총리·장관 등 큰 자리에서부터 여러 분야의 자리들과, 정부 직제가 확정되면서 이에 따른 직업 공무원들의 전반적인 인사도 예상되고 있다.

 

또 총원이 299명인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전국 각 지역 선거구에서 그리고 총선 결과에 따라 정해지는 비례대표방식으로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후보들의 경합이 치열하다고 한다.

 

각 정당이나 정당 내에서 공천(추천)을 받고자 하는 그룹별로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또는 수상 등)이 바뀌면서 많은 자리에 많은 인물들이 오고 가는 것은 민주주의의 전통이 확립돼 있다는 미국이나 유럽의 국가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또 나라마다 국회의원 공천경쟁들이 치열한 것도 같은 현상일 것이다.

 

다만 우리도 그 인물(사람)의 척도 즉 '어떤 그릇'인가가 종합적으로 잘 판단돼 비교적 바른 절차로 이 중요한 일들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예전의 어느 때처럼 인사권자와 그 측근들이 좋아하는 성향, 흔히 이야기하는 삼연(三緣: 지연·학연·혈연)에 치우치거나, 한창 유행하던 코드(Code)가 같은 쪽으로 하는 식이 아니었으면 하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마음일 것이다.

 

용량이 다른 큰 그릇·작은 그릇들이 있으며 용도가 다른 여러 형태의 그릇들이 있음에도 그 크기·용도·모양 등이 중요하지 않고 비슷하게 좋아하는 재료·색깔·무늬 또는 생산지 등을 앞세워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바른 기준으로 눈을 돌리면 훌륭한 그릇(인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판정(불량 등)이 났거나 적합치 않은 데도'먼지까지 털어서'라도 "내가 좋아서 쓴다는데…"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었던 것이다.

 

그릇의 또다른 중요한 용도는 나누기 위한 수단이라고 한다.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서 음식을 나눌 때 쓰는 도구라는 원래의 의미에서 그 범위를 확대해 함께 나누는 일들(Give·Donation)까지를 포함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구 공천 등에서도 자리(감투)를 나눠 먹기 식이 아니라 같은 목표·이념 이를테면 최근의 '국민을 섬기는 일'을 함께 하는 임무·기능·일을 나눠 할 인재(그릇)를 찾는 것이 우리 모두의 지대한 관심사가 돼 있다.

 

요즘 공무원 사회에서 여러 가지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선발해 운영한다는 고위공무원단(고공단)이라는 제도도 부처별로 큰 그릇들을 구분하는 인재(人材) Pool이 아닌가 이해된다.

 

재미있게 읽었던 역사소설(초한지·삼국지·로마인의 이야기 등)속의 인물 그리고 국내외의 유명한 CEO등 동서고금의 성공한 리더들은 인재(그릇)의 가치(크기)를 알아보고 잘 활용했다고 한다.

 

또 다시 맞이한 모처럼의 중요한 시점에서 부디 큰 그릇·작은 그릇들이 잘 선택돼 우리나라 국운(國運)이 비약적으로 상승되는 계기가 되도록 간절히 기대해 본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