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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2. (수)

납세자에게 진정한 권리구제절차는 있는가?

과세전적부심의위원 외부인사로만 구성해야

외국인들이 다른 나라에 투자할 때는 '그 나라에 제대로 된 로펌(law firm)이 있는가?'를 먼저 확인한다고 한다.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자기네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신속하게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가를 확인하는 절차인 것이다.

 

어떤 사람이 국가로부터 혹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기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당했을 때, 신속하게 구제받을 수 있어야 진정한 복지국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즉, 우리나라는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나라인가?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옳지 못한 쪽으로 관행화된 행정이나 제도는 그것이 국민의 권리와 직결되는 것일수록 하루 빨리 시정되어야만, 피해의 양산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은 오랜 세월, 국세행정에 몸담아 왔던 사람으로서 납세자에 대한 국세청의 권리구제절차에 대하여 짚어 보고자 한다.

 

과세관청에서 조사를 하고 난 후에, 세금을 추징한다거나 과세자료의 처리결과에 대하여, 세금을 추징할 때는 납세자에게 세무조사 결과통지나 과세예고통지를 하고 나서, 30일 이내에 납세자로부터 과세전 적부심사청구가 없는 경우에 해당 세금을 고지하고 있다.

 

세무서에서는 과세자료를 처리할 때, 납세자에게 해당 과세자료에 대하여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고 나서, 납세자가 소명자료를 제출한 경우에는 그 내용을 검토한 이후에 또한, 납세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했으나 일정기간이 경과해도 소명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기간이 경과한 이후에 과세예고통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세자료 처리실적이 국세청의 심사분석사항이 되다보니, 위에서 빨리 처리할 것을 주문하는 바람에, 세무서 직원들은 바쁜 와중에 빠른 처리를 위하여 납세자에게 해야 하는 '소명요구'를 생략한 채, 과세예고통지를 하는 예가 많다.

 

소명의 기회를 빼앗긴 납세자는 과세예고통지를 받고 나서, 과세전 적부심사청구를 해야만 부당한 과세처분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납세자가 자기에게 걸린 세금문제를, 그 복잡하고 어려운 불복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보관하고 있던 증빙서류의 제출만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어야 복지국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납세자가 세무서의 소명요구를 받고 소명자료를 제출한 경우, 세무서에서는 심도 있게 검토한 후에,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인정하지 않을 것은 인정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즉, 납세자로부터 소명자료의 제출을 받은 담당 공무원은 그 자료를 정식으로 접수해서, 검토복명서를 작성하여 적어도, 소속 과장까지의 결재를 받아서 처리하여야 하며, 처리한 내용을 납세자에게 통지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세무서로부터 '소명요구'도 없이 '과세예고통지서'가 나왔으므로, 납세자는 부랴부랴 시행문까지 만들어서 소명자료를 제출했는데도, 담당 공무원은 접수도 하지 않고 있는가 하면, 처리결과에 대하여 통지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담당 공무원에게 '소명자료를 제출했는데, 검토 좀 해 봤느냐?'고 물어보면 '대뜸, 들어줄 수 없다'고 답변하기에 '윗분들의 생각도 그러하냐?'고 물어보면 '내가 알아서 하는 것이지, 윗분들에게는 물어볼 필요도 없으니, 과세전적부심사청구를 내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국, 담당 공무원이 납세자가 제출한 소명자료에 대해 그 검토결과를 윗사람에게 결재도 받지 않고, 처리결과에 대하여 회신조차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담당 공무원의 재량권이 남용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이로 인한 납세자의 피해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납세자가 과세관청에 과세전 적부심사청구를 했다.'고 해서, 과세관청이 납세자의 억울한 심정을 헤아려서 부당한 과세처분을 하지 않는다고도 장담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납세자가 제기한 과세전 적부심사청구를 과세관청이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는, 납세자의 충분한 증빙자료의 제출과 사실판단 혹은 법리논쟁에서 이길 수 있는 청구주장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세무공무원들은 납세자의 성실성을 추정하지 않고 있으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청구주장을 해석하면서 반대논리를 펴기 때문에, 과세전 적부심사청구에서 납세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매우 희박하다.

 

요즈음은 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에 외부의원 등을 참여시킴으로써, 위원회에 상정된 안건이 위원들의 충분한 토론과정을 거쳐서 의결되기 때문에, 과거 어느 때보다 공정하게 처리되고 있다고 말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세무서의 각종 위원회의 외부위원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세무서장이 외부인사를 위원으로 선정할 때는 그래도 '세정에 대하여 비교적 우호적인 사람을 선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선정된 외부위원들은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알리는데 있어서, 그 광고효과가 충분하기 때문에, 어렵사리 얻은 위원의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싶을 것이고, 되도록이면 세무서장의 의지(意志)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세무서장이 위원장이고, 자기네들이 세무서의 과장들과 함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세무서장의 눈치를 보아가며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과세전 적부심사청구는 세무서장이 들어주고 싶으면, 위원회의 분위기를 그 쪽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따라서 세무서장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과세전적부심사청구에서 인용을 얻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과세전 적부심사청구는 부당한 과세처분을 방지해야 하는 제도인데, 무늬만 납세자를 위한 제도이고, '불공정 과세행위를 사전승인하는 도구'로 변질되고 가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세전 적부심사청구 혹은 심사·심판청구 등 불복청구가 과세관청에 들어오는 경우에, 담당 공무원이 청구주장과 증빙서류 등을 검토해 볼 때, 설사 '잘못된 세무조사결과통지나 과세예고통지'라고 하더라도 혹은 '잘못된 부과처분'일지라도, 그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직권시정하는 예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국고주의에 익숙한 과세관청의 공무원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 궁색한 변명일지라도 그럴싸하게 청구주장에 반하는 의견서를 작성하면서 그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잘못된 과세처분을 지적하고 과감하게 직권 시정할 것을 주문하는 관리자는 찾아 볼 수 없고, 청구주장을 인정하고 직권시정해 주고자 하는 담당 직원의 저의(底意)를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행태는 정의롭지 못하고, 치졸하다 못해 비열하다.)

 

대부분의 과세관청이 이러한 짓을 반복하니, 당하는 납세자의 시간과 비용의 낭비는 말할 것도 없고, 과세관청에 대한 불만과 저항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모 청장은 관서별 심사분석시 '고충심사청구의 인용실적에 대하여, 가점을 부여하도록 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과세전 적부심사청구제도가 납세자의 진정한 권리구제절차로서 정착되려면, 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의 위원들은 내부위원을 배제한 전문성을 갖춘 외부위원들로만 구성해야 하며, 세무서장의 추천을 받아서 지방청장이 지정하되, 외부위원들이 자기사업장 관할세무서의 위원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하고, 연임이 없는 철저한 임기제를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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