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 현직 국세청장 사법처리사건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우선 세무서를 찾는 납세자들이 세무공무원을 대하는 자세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직원들을 향해 입에 담기 거북한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자신이 내야 할 세금을 못 내겠다고 우기는 일도 있다고 한다.
직원들 역시 납세자들을 향하는 마음자세가 왠지 위축되고, 얼굴 들기가 민망할 뿐만 아니라 납세독려에 자신이 없다는 호소도 들린다.
현직 국세청장 사법처리로 빚어진 세정불신에 대한 한 단면이다.
우리는 전군표 전 국세청장 사건이 처음 발단됐을 때 바로 이런 것들을 염려해 사건 당사자의 사법처리 이전 거취표명과, 국세청 전체가 아닌 일개 개인사건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잃을 것 다 잃고 난 뒤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국세청은 이 사건과 관련 강력한 '환골탈태'의지를 공표해 놓고 있다. 국세청의 변신은 앞으로 지켜볼 일이지만, 문제는 그 이전에 납세자인 국민들도 국세행정에 대한 시각에, 침착성과 냉정한 본질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물론 높은 공직도덕성이 요구되는 국세청장이 비리에 연루된 것 자체는 어떤 변명도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청장 한사람의 잘못을 조직과 그 소속원 전체의 잘못으로 싸잡아 보는 것은 결코 옳은 시각이 아니다.
지금 1만8천여 국세공무원들은 대부분이 일반인보다 오히려 더 큰 배신감에 휩싸여 있다고 한다. 다만 '아비가 지은 죄 자식이 어찌하랴'하는 심정으로 속앓이만 하고 있을 뿐이다.
국세청장 한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국세청 전체가 불신받는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그에 따르는 손실은 결국 국세행정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손실이 된다.
누가 뭐라 해도 국세행정은 국가 중추기능이다. 크게 보면 국민 모두가 아껴야 할 우리들의 자산인 것이다. 국민들의 아량과 격려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