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세청장에 한상률 국세청 차장이 내정됐다. 인사청문회 등 정식 임명절차를 남겨 두고 있지만 평범한 순리로 바통을 이은 게 아니라, 전임자가 비리 의혹으로 사법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새 국세청장 내정자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임 국세청장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땅에 떨어진 국세청의 대외적 위상을 끌어 올리는 일이다. 그 다음은 조직의 안정과 직원사기를 회복시키는 일일 것이다.
국세행정이 어떻게 해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나 하는 것은 이미 교과서화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수많은 역대 국세청장들이 취임할 때 쏟아냈던 '세정운영의 다짐'에는 '사랑받는 세무행정요건'이 너무나 상세히 설파·기록돼 있다.
그러기에 이제는 거창한 구호성 다짐이나 '결의'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조직이 그동안 스스로 터부시 해왔던 부분부터 과감하게 드러 내놓고 이를 시정하는 것이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중요한 것이다.
차차 기회 있을 때 나머지는 짚어 보기로 하고, 우선 시급한 것 하나만 먼저 제시하겠다.
유능한 고급인재들을 헌신짝 버리듯이 일찍 버리지 말고, 인사의 안정성을 확립하라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세청에는 '신진대사' 명분으로 수많은 기라성 같은 인재들을 명퇴라는 미명을 씌워 가차 없이 내보냈다.
명퇴를 많이 시키는 청장이 능력있고 힘 센 청장으로 인식될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6개월짜리 지방청장'이 양산되고, 이로 인해 일선 조직의 응집력은 예전 같지 않고 상하가 각기 노는 현상까지 생겼다.
역사에 치욕으로 남게 될 이번 '11.6 사건'의 원인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고관리자를 비롯한 일부 세정사령탑들의 노련미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이 90%이상 된다.
국세행정은 다른 행정분야와 다르다. 제발 다른 기관과의 비교 개념으로 승진 연수를 논하지 마라. 새 청장은 인재를 아끼는 것부터 실천하라. 그러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