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국세청장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국세청은 지금 '환골탈태'의 각오로 조직 추스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 각오는 최고사령탑에서부터 말단직원에 이르기까지 거의 동급수준이라고 한다. 그만큼 조직에 불어닥친 위기에 대한 '탈출'의지가 골고루 내재돼 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바꿔 말하면 국세청이 지금 잘만 하면 이번의 위기를 말 그대로 '기회'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싹트고 있는 셈이다.
국세청은 국세청장 구속사건으로 인해 납세자인 국민에게 엄청난 빚을 졌다고 봐야 한다. 국세청이 정책 실수로 인해 저지른 것이 아니고 뇌물수수라는 배신적 행위의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그 빚을 어떻게 갚느냐에 따라 국세청의 대 국민 신뢰는 회복될 수도 있고, '구제불능'이라는 딱지를 오래도록 붙이게 될 수도 있다.
국세청이 국민 신뢰를 얻는 방법은 그리 멀리 있다고 보지 않는다. 지금까지 납세자에게 줄기차게 외쳐왔던 여러가지 약속들을 어떻게 하면 실천에 옮길 것인가 하는 데서부터 출발하면 된다.
그 첫번째가 조직의 폐쇄성을 하루 속히 걷어 내야 한다. 폐쇄성이 강하면 그만큼 보는 눈이 적어지고, 그것은 바로 부정을 꿈꾸는 여건을 제공하는 빌미가 된다.
오래전부터 국세청은 투명세정을 늘 강조했지만 세정의 구석구석에는 차단된 부분이 많다.
그 본보기가 조사국 비노출이다. 조사분야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취지인데, 그것은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과 다를 바 없다. 조사국 비노출은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높은 벽이지만 '강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 된지 이미 오래됐고, 그것을 국세청 당국도 모르는 바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 비노출을 고집하는 것은 서민을 위한 세정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또 인사와 관련한 개관적인 기준, 즉 인사 투명성에 대한 노력도 배가돼야한다. 조직의 안정성과 능률 제고에는 공정한 인사가 전제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