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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6. (일)

지방교부세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최근 지방교부세 중 특별교부세가 투명하지 못하게 그리고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제도의 취지와는 달리 지원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출범위와 수입능력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 그리고 재정적 여력이 있는 지방정부와 그렇지 못한 지방정부간의 재정력의 차이를 보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지방교부세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방재정의 가장 중요한 재원이 신뢰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재정관계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특별교부세의 투명성 문제와 함께 근본적인 지방정부의 자율성 차원에서 제도의 혁신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참여정부는 선분권 후보완을 구호로 내세우면서 분권을 핵심 정책가치로 출범했으나 실제 지난 2003년 이래 기대했던 분권화의 효익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참여정부는 정권 출범 초기부터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정권의 핵심적 사업으로 채택해 지방분권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의 설립·운용,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회의 설립·운용, 지방분권특별법과 국가균형특별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재정의 지방분권화 추진성과는 제도적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분권화를 추진하면서 적절한 정부간 재정이전제도를 갖추지 않으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지역간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도 있다. 적절한 세입을 보장하지 않고 기능만 지방으로 이양하면 지방공공재 공급이 위축될 수 있으며, 지방정부의 부채는 지방정부의 예산 제약을 완화시켜 궁극적으로 재정파탄을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각급 정부에 적절한 기능을 배분하는 문제를 넘어서 정부계층간 재정체제를 구조화하는데 각 나라마다 진통을 겪는다. 또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동기를 부여하는 공식·비공식적인 제도를 갖춰야 하며, 각종 규정이나 절차들은 공공사업의 비용과 혜택을 명확하게 보여줘 공무원들이 그들의 의사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향으로 설정돼야 한다.

 

'주민의 이동'과 '정책결정에의 참여'(exit and voice)는 지방정부가 주민에 대한 책임성을 제고하는 근본적인 동인이 된다. 지방정부가 제공한 공공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가진 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도 않고 불만을 표시하지도 않는다면 지방정부가 지역주민의 선호에 민감하게 반응해 주민이 원하는 대로 공공재를 공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각 정부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정보의 완전성이 중요하다. 즉, 지방정부가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일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 주민들이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정부의 활동과 성과에 대해 다른 지역, 또는 다른 기관들과 비교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불완전한 정보는 또한 정부계층간 책임성을 약화시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지방정부에게 통일된 양식으로 예산 및 기타 재정에 대한 보고를 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복식부기 발생주의에 의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의 지방재정에의 적용은 큰 의미를 갖는다.

 

지방정부의 재정적 책임성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방정부의 자체사업을 위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갖춰져야 하며, 지방정부의 예산 제약이 실제로 지방정부의 재정활동을 엄격하게 제약하는 '견고한 예산제약(hard budget constrain)'이어야 한다. 지방정부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그 비용은 중앙정부에서 부담하는 경우 지방정부는 지방재정 운영에 대해 지역주민에게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지방정부는 지역주민보다는 중앙정부의 의사를 더 중요하게 고려하며, 또한 주민들이 선출한 지방정부의 장은 재원 조달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없으므로 과도하게 공공재 공급을 확대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지방교부세는 지방정부가 지출하는 한계적 사업을 충당하기보다는 기본적인 공식에 따른 기초재원으로서의 역할에 그치고 한계적 사업은 지방주민의 부담으로 지출이 이뤄져야 한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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