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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2. (수)

'사무관 승진인사' 단상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될 수 없는 자리이다."

 

승진한지 2년 정도된 한 사무관의 말이다. 이 말은 사무관 승진은 정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사무관 승진 발령을 받은 후 임명장을 받기 위해 본청에 갔을 때 전국에서 온 신임 사무관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술회했다. 거기에 모인 사람들의 모양새를 보니 곧 퇴임을 앞둔 것처럼 늙수그레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일을 열심히 했으면 그렇게 됐을까?

 

그만큼 '사무관'은 청춘을 다 바치고 얻은 대가이다. 이 말을 전하는 그 사무관은 정말 후회없이 일을 해봤다며 젊었을 때 그만큼 공부해서 행시를 준비했으면 충분히 합격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전군표 국세청장은 "직원들이 인사 문제에 있어서 큰 불만없이 따라와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국세청 직원들은 승진에 있어서 이 말을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편이다. 그만큼 공평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승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진하기 힘든 자리. 직원들은 사무관 직급이 바로 그러한 자리라고 인정하고 있다. 국세청이 다른 공직기관과는 달리 사무관을 대하는 직원들의 태도가 깍듯한 것은 개인의 피나는 노력끝에 얻은 결과물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있지 않을까? 승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온 사람들이 결국 발탁되지 못한다면 그 가슴앓이와 억울함은 더하지 않겠는가.

 

세정가에는 미확인된 비공식 승진기준 논리들이 언제나 돌아다니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금년에 사무관으로 승진이 되면 정년까지 5년을 못 채우는 사람들에 대해 세무사자격증도 자동으로 받지 못할 바에야 승진 기회를 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이다.

 

유언비어라고 짐작은 되지만 이런 말들은 정말 사무관 승진을 위해 청춘을 바쳐가며 조직을 위해 열심히 일해온 사무관 승진후보들의 가슴을 헤집는 말이다. 이 말을 대하거나 실제로 '말년'의 6급 직원들이 탈락한 현실을 보는 이들은 그 자리에서 피눈물을 쏟는다.

 

그 중 어느 직원은 이런 말을 한다. "세무사? 그거 없어도 된다. 내 인생의 명예가 필요하다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자신들이 청춘을 바쳐 살아온 이곳에서 남들이 보기에도 명색이 있는 명예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한다.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노력해 온 것이 아닌가! 따라서 이런 명예를 바라며 열심히 노력해 온 공로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해 내는 논리를 이들은 몹시 두려워하고 있다.

 

이번 8월23일자로 국세청에서 단행한 사무관 승진 숫자는 평년작을 훨씬 넘었다. 어느정도 공평하다는 말도 듣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빛이 강하면 그만큼 어두움도 더 짙다. 특별승진이 많아지면 윗선의 공적을 자랑할 수 있는 치적이 될 수도 있지만 일반승진 대상의 자리가 좁아지게 한다는 점에서 어둠을 짙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승진 기준과 발표일정, 대상 숫자 등이 사전에 알 수 없게 하는 문제를 지적하는 점도 화려한 승진 축하 인사의 뒷배경에 나오는 어두운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한 사무관 후보는 7∼8년간 휴가 한번 못갔다고 한다. 승진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정말 승진이 사람을 잡는 것은 아닌지. 마냥 하염없이 윗선만 바라봐야 하고, 언제 명령이 떨어질지 기다려야 하는 고통. 조금이라도 자신을 알리기 위해 '로비'성 노력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사실도 사무관 후보자들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공평한가? 라고 묻는 물음은 인사권자들이 늘 지니고 다니며 수신(修身)을 위해 자신을 다듬을 조각칼이나 다름이 없다. 인사권자는 당연히 이 질문을 끊임없이 자기에게 하고 있을 것이다. 직원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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