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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6. (일)

[시론]선배님, 후배님!

김종상 前부산지방국세청장

어느 조찬회에서 어느 장관이 강의를 끝마치고 질의응답시간에 필자가 조세에 관한 정책적인 건의를 했는데, 그 장관은 "김 선배님!"하고서 성의껏 답변을 해줬다.

 

필자는 그 답변의 내용이 어떠하든,우선 선배라고 불러주는 그 호칭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 장관은 직장의 후배였고, 한편 벌써 후배들이 장관까지 할 만큼 나도 꽤 고참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공무원이었거나 금융기관 및 여러 사기업들에서 퇴임을 하고 선배 소리를 듣는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

 

이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분들 중 실력이나 경력, 특히 그가 속해 있던 조직(후배들)과의 관계(Networking)를 높이 평가받아 또다른 품위있는 자리(업무)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여 부러움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고, 또 자격(士짜 등)을 가지고 있어서 쉽게 자유업을 시작하는 경우, 예를 들면 판·검사들이 변호사업을,그리고 또다른 공직자 등이 공인회계사·세무사·법무사업 등을 하게 되면 그런대로 바람직한 경우들이다.

 

이런 경우, 자신이 하던 일·일하던 직장과 관련해서 후배들로부터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전관예우(前官禮遇)라는 말들을 흔히 하곤 한다.

 

아무리 제도(System)가 완비되고, 전산처리가 발전하더라도 우선은 사람이 하는 일이며, 그래서 인간관계의 토대가 되는 것이므로 이왕이면 좋은 선·후배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이해되는 것이며, 이런 관계는 변호사 등의 자유업이나 공직관계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라 사기업의 경제활동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일 것이다.

 

얼마전 某재벌그룹 총수의 자녀가 폭행당한 일과 관련해서 지나친 부성애를 발휘해 위법사건이 돼 사회문제가 되고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화제거리가 된 일이 있었다.

 

이때 주무부서 책임자의 학교 동창생이 등장하고 그 관청의 전임 기관장이 나섰다고 해서 좋지 않은 시각으로 비판하는 여론 등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사건 자체가 지나쳤고, 당사자들의 언행이 사람들(여론)의 호감을 사지 못했던 탓도 있겠지만 일생일대 위기에 빠진 회장을 위해 그 조직에서 보수를 받는 친구나 선배 기관장이 나서지 않을 수 있었을까?

 

평상시 무슨 일이 생기면, 그 곳(관공서·관련기업 등)에 아는 사람이 없을까 하고 찾는 것이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속성(본능)이면서도, 남이 그렇게 하면, 특히 부당하다고 짐작(사실 여부는 차치하고)하고, 펄쩍 흥분해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내가 하면 투자·절세·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투기·탈세·스캔들이 되는 것처럼….

 

물론 친구나 선·후배가 만나서 부당·불법한 결과를 만들면 비난받고 처벌받을 일이지만, 그 자체만으로 비난하거나 범죄시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무슨 일이든 서류나 제도의 운영으로만 끝나지 않는 것이며, 대화를 통한 상황 파악·토의 및 주관적인 판단이 곁들여지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정식으로 로비스트라는 존재가 변호사 등 자격자 등과 같은 서비스 업종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공직 기관장 등 주요 공직자들이 비교적 적은 보수(연봉)를 받으며 국가·국민을 위해 청렴하게 봉사하고 공직을 끝마치면 그 특수한 직책에서 넓은 시야로 업무처리를 한 실력과 경험을 높이 평가받아 공직시보다 몇배의 보수를 받는 자리로 모셔(?)지는 영광을 누린다는 것이 상례이다.

 

일본의 경우도 많은 기업들에서 선배들을 당장 퇴임시키지 않고 상담역·자문역 등으로 상당기관 조직내에 있도록 하면서 그들의 풍부한 경륜을 후배들이 배우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고위공직자들이 퇴임을 하면 사기업체에서 경쟁적으로 모셔간다고 한다.

 

다만 우리 주변에서 선배들이 자신의 체면과 생존을 위해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고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 선배들은 그 조직의 생리와 업무의 내용을 잘 알기 때문에 후배들의 입장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 무리한 것을 기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몇년전만 해도 세무업무에 있어서도 "어디 서장(국·과장)을 잘 아십니까?"하고 일의 내용보다도 사람을 먼저 이야기하곤 했는데, 요즘은 이런 식의 대화방법이 사라지고 있다.

 

누구 소개를 안 받아도 찾아서 만날 때 친절이 확보돼 있고 세무행정의 내용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게 투명하고 공정(공개)해 선·후배간의 관계라고 좀처럼 특례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이제 65세 이상의 노령화 인구가 불원간 30%가 넘을 것이라고 했는데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선배들과 일선 현장에서 뛰고 있는 후배들이 서로 존중하고 서로의 장단점을 나눠갖는 것이 사회 전체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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