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보험에 든다.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보험의 본래 기능은 저축이 아니라 보장에 있다. 저축성으로 운용할 금융상품은 보험 외에도 얼마든지 존재하지만, 위험을 대신 떠안아 주는 보장성 상품은 보험이 사실상 유일하다. 보장성 보험이 제공하는 도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물질적 도움이다. 중병에 걸렸을 때 감당하기 어려운 치료비를 지원받는 일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큰 가치는 심리적 안정감에 있다. 한국에는 윤달에 수의를 미리 준비하면 오래 산다는 풍습이 있다. 수의는 죽음을 상징하는 물건이지만, 이를 미리 준비함으로써 오히려 죽음이 멀어진다는 믿음이 생겼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보험금을 받을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가입 사실 자체가 마음을 놓이게 한다. 이 심리적 안정이 보험의 본질적 기능 중 하나다. 그런데 인생에는 보험상품으로는 결코 대비할 수 없는 위험들이 존재한다.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갈등, 순간의 감정에서 시작되는 사고, 그리고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사건들이다. 이런 위험 앞에서
죽음은 인생의 네 가지 고통, 즉 생(生)·노(老)·병(病)·사(死) 가운데 맨 마지막에 놓인 고통으로 언급된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죽음이란 이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매일 한 번씩 죽는다. 밤에 잠이 들고, 아침이 되어 다시 눈을 뜨는 일. 만약 그 ‘깨어남’이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죽음일 것이다. 연세 지긋한 분들이 긴 생을 살고, 큰 고통 없이 잠들 듯 생을 마감하는 일을 우리는 흔히 ‘호상(好喪)’이라 부른다. 긴 생을 충분히 누렸고, 병의 고통 없이 생을 마쳤다는 의미에서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가끔 죽음을 떠올린다. 이상하게도 죽음을 생각하면 마음의 걱정들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산란하던 감정이 정리되고, 마음속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이 또렷하게 떠오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많은 걱정을 만들어낸다. 내일 새벽 약속에 늦을까 봐 두세 개의 알람을 맞추고, 별일 아닌 상황에도 마음을 졸인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혹시나’라는 이름으로 불안해 한다. 그래서 나는 작은 걱정에 사로잡힌 이에게 가끔 이렇게 묻는다. “사소한 걱정에서 벗어나는 가
우리는 일상에서 ‘자존감(Self-esteem)’과 ‘자존심’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하지만, 이 두 단어를 정확히 구분해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우리는 자존감과 자신감까지도 뒤섞어 사용하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이 세 가지를 분명히 구분해 보고, 궁극적으로 자존감이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 개념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삶을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존감이란, 내가 나를 얼마나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는지에 대한 마음속 기준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생겼다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나에 대한 평가’에 가깝다. 1965년 자존감 척도(Rosenberg Self-Esteem Scale, RSES)를 개발한 심리학자 모리스 로젠버그(Morris Rosenberg)는 자존감을 ‘자기 자신에 대한 전반적 가치 판단’으로 정의했다. 쉽게 말해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삶의 바닥에 단단히 깔려 있는 상태다. 이 바닥이 단단할수록 우리는 작은 실패나 타인의 평가 앞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자신감은 자존감과 다르다. 자신감은 심리학에
'오문성 교수의 라이프 Pick' 연재를 시작하며 오문성 교수는 경영학을 시작으로 공인회계사, 법학(조세법), 행정학 연구에 이르기까지 넓은 분야를 넘나들며 공부해왔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제도와 숫자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인간의 마음, 삶의 지혜, 행복의 조건에 대한 질문이 그의 사유의 중심에 있었다. 이를 이해하고자 심리학을 공부했고, 미래 기술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블록체인 분야까지 연구의 폭을 넓혀왔다. 그는 사람의 삶을 진짜로 움직이는 힘은 법이나 제도와 같은 외적인 조건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누구와 연결되어 있고, 어떤 감정을 품고 살아가며, 시간을 어떤 의미로 쌓아가느냐가 결국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보고자 ‘오문성 교수의 라이프 Pick’ 연재를 시작한다. 한 달에 두 번, 우리가 스쳐 지나갔던 삶의 순간들을 다시 바라보고, 조금 더 지혜로운 선택을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편집자 주>. 시절인연(時節因緣) ‘시절인연’이라는 말은 어떤 시기에 가까웠던 사람이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멀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