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기인사시 국세청 직원들의 '선호부서'와 '기피부서'가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 세무행정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공직사회 밖에서 보는 시각은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사과가 단연 '인기부서'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국세청 직원들은 조사과를 '기피부서'로 서슴없이 1순위로 꼽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이 이번 정기인사시 인사이동 대상자(2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지(세무서)와 희망부서를 점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일선세무서 조사과에 따르면 종전 인사에서는 반장들이 조사과를 기피했으나, 올해의 경우는 반원 조차도 조사업무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조사반장의 경우, 조사업무에 대한 책임소지가 높은 편이며, 조사복명도 반장이 일일이 작성해야 하는 등 반원들이 해주어야 할 몫(?) 까지도 일부분 처리해야 하는 등 업무부담과 심적부담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
특히 자료상 조사(가짜세금계산서 수수자)의 경우, 한번 나가보면 조사과 업무를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학'을 띤다는 것이 일선 반장들의 중론이다.
심지어 자료상으로부터 '반'협박을 받는 경우도 있어 신변에 불안감까지도 느끼는 사례도 왕왕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작년에는 조사반원으로 지원하는 직원들도 있었는데 올해의 특징은 조사반원들도 '기피부서'로 낙인을 찍었다는 것.
종전의 경우는 조사업무를 배우기 위해 고생(?)을 자처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사실 일선세무서에서는 '조사다운 조사업무'를 배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여건이 따라주지 않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즉, 도소매 사업의 연간 수입금액이 20억원 규모인 조사처에서 조사노하우를 배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 영양가(?)없는 자료상 조사에나 매달려 '심적고통' 만 받고 있는 것이 내부 밑바닥에 흐르는 정서이다.
조사과 고참 반원들은 "그래도 조사업무는 지방청 단위의 조사국에서 조사를해야만 조사다운 조사노하우를 접할 수 있다"면서 "일선의 조사업무가 조사다운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업무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선호부서는 재산업무(종합부동산세, 상속세, 증여세, 양도소득세 등)를 가장 선호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는 생활세금이라는 측면에서 업무를 배우려는 의지가 높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체납업무 등도 부서선택의 요소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체납이 없는 납세보호업무도 희망도가 높았다.
직원 개개인마다 약간의 오차는 있을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선호하는 순서는 재산업무 → 법인업무 → 납세자보호업무 → 민원업무(토요민원 근무제 완화에 따른 기대감 상승) → 개인업무(부가세 소득세) → 조사업무 등으로 나타났다.
한편, 여직원들의 경우는 조사업무에 희망하거나 지원하는 비중이 높은 것이 요즘 세태이다.
'조사통'인 전군표 국세청장은 조사업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세무조사는 세무조사를 없애기 위해 하는 것이다"라고 서슴없이 강조하고 있다.
즉, 조사건수는 줄이되, 한번 조사하면 제대로 해서 성실신고를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 청장의 지론이다.
특히 전군표 청장이 조사국장시절 조사에 의한 과세처분을 많이 했지만, 불복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 지금은 '세정가 전설'처럼 되어 버려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