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서는 매장문화재 발굴조사용역에 부가가치세(VAT)를 부과하기 위해 각 조사연구기관에 사업자등록 정정신고(과세업종 추가)를 강요하고 있다."
한국고고학회가 '매장문화재 발굴조사용역의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에 대해 반박성명서를 발표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20일 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매장문화재 발굴조사용역이 학술연구 활동이 아니고,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문화재조사연구기관은 학술연구단체로 보기 어렵다는 국세심판원의 결정에 따라 국세청이 이같은 후속조치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회는 국세심판원의 이런 결정과 국세청의 후속조치가 매장문화재 조사활동의 학술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국민의 기본권인 문화 향유권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엄중히 항의하면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우선 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매장문화재의 지표조사, 시굴조사, 발굴조사는 인류와 민족 공동의 문화유산인 문화재의 보호, 보존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조사작업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매장문화재의 발굴조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다만, 학술적으로 긴요한 경우(학술발굴)와 자연재해나 건설공사로 인해 불가피한 경우(구제발굴)에만 관계당국의 허가를 받아 제한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되어 있다는 것.
그러나, 이는 발굴조사 동기의 차이일뿐, 어느 것이나 고고학이라는 학문의 대상을 찾아 문화와 역사를 재구성해가는 연구과정이며, 연구활동이기는 마찬가지라고 피력했다.
학회는 "매장문화재 발굴조사용역이 학술연구 활동이 아니라는 세무당국의 판정은 이같은 고고학의 학문성과 학술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한 것"이라면서 "이땅의 고고학도들을 학문연구자가 아니라고 규정한 것에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설사, 세무당국의 판정이 '일정면적 이상의 대규모 개발사업에는 의무적으로 수행하게 되어 있고 조사용역료도 개발사업자가 부담하게 되어 있는 '구제발굴에 국한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발굴조사의 학술성을 부정하는 것은 곧 고고학의 학문성을 침해한다는 것.
구제발굴을 주로 수행하는 문화재 조사연구기관을 학술연구단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발굴조사의 학술성과 국가의 의무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학회 관계자는 "국가예산의 부족과 한계 때문에 원인자 부담원칙을 적용해 구제발굴용역의 비용을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부담시키고 있지만, 문화재는 엄연히 국민공유의 자산이고 특히 매장문화재는 국가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공공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에따라 매장문화재의 구제발굴조사는 국가가 담당해야 할 공공서비스이고, 이를 시행하는 문화재조사연구기관은 전문 법인이든, 대학기관이든 국가의 임무를 대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학회는 발굴은 단순히 땅 속에 묻혀있는 유물을 캐는 작업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즉, 각종 개발사업에 앞서 시행되는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를 단지 지장물철거 정도로 본다는 사실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문화와 역사를 두고 중국, 일본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관계당국(국세청, 국세심판원)이 결정하고 내린 사후조치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