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수는 자유기고문을 통해서 “증권집단소송법의 적용대상에서 과거분식회계를 2년간 유예한 것이 마치 재계의 로비에 의한 것처럼 매도하는 일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라고 주장하고, 특히, 경제적으로 볼 때는 더욱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금번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의 개정 작업은 우리경제를 고려한 입법부와 행정부의 신중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했다.
그러나 과거분식회계사실을 공개하고 2년간 이를 정산한 경우에 한하여 소송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한 금번 개정은 사실상 큰 효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에 비하여 남소장치가 미비한 우리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말하고 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의 보완에 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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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내용 >
과거분식회계에 대한 증권관련집단소송법 적용유예에 관한 의견
I. 과거분식회계에 대한 증권집단소송법 적용유예를 위한 노력
2003년 12월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증권관련 전문가와 학자들이 줄곧 동법이 제정후 1년만에 시행되는 것과 관련하여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그 주요내용은 남소에 대한 우려와 과거분식회계에 대한 유예기간없는 법적용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였다. 특히 과거분식회계는 우리 경제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기업들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였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사면이나 법적용유예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와 관련하여 법률전문가 및 회계전문가, 학자들로 구성된 기업소송연구회도 과거분식회계와 관련하여서는 사면보다는 법적용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동법 부칙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를 언론과 증권집단소송 모의재판을 통하여 주장해온 바 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2003.8.12일자 서울경제신문기고:, “증권집단소송법의 허점”
- 2004.4.8일 투명회계포럼이 “내년 도입예정인 분식회계와 증권집단소송”이란
주제로 개최한 첫포럼에서의 발표자료
- 2004.6.1일자 동아일보기사 “미증권집단소송 ‘한국기업도 안심 못한다’”
- 2004.6.2일자 서울신문 기사 “분식회계 ‘전과’기업비상”
- 2004.6.15일 기업소송연구회 주최 “증권집단소송 모의재판 - 분식회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
- 2004.8.27일자 매일경제기사 “집단소송제 앞둔 기업실태 점검”
- 2004.12.27일자 한국경제신문 기사 “기업소송 천국서 사업못해, 재계비상”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분식회계에 대한 증권관련집단소송법 적용 유예를 계속해서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다소나마 이러한 주장이 반영되어 과거분식회계에 대한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의 적용유예를 내용으로 하는 개정작업이 이루어진 바 있다. 이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증권집단소송제도의 실상에 대하여 보다 상세한 지식을 습득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경제현실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고자 노력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II. 적용유예에 대한 찬ㆍ반론 검토
금년 3월 2일 과거분식회계에 대한 법적용을 2년간 유예하기로 한 법개정을 놓고 최근 시민단체가 이에 관여한 국회의원, 정부각료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에 대한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판을 가한 바 있다. 심지어는 실명이 거론된 의원과 정부각료들이 마치 재계의 로비를 받아 법개정에 찬성한 것처럼 몰아세우면서까지 이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잘못하면 국민경제를 볼모로한 시민단체의 이기주의적 의사표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물론 근본취지는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하여는 과거분식회계에 대한 증권집단소송법 적용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데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국가경제가 어떠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기업경영의 투명성은 반드시 제고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경영투명성 제고는 단지 국가경제의 성장과 안정이라는 최종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 한 수단에 불과할 뿐 그 이상이 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개정에 참여한 국회의원, 정부각료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에 대한 인신공격적 비판을 가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법개정이 마치 재계의 로비때문이라는 주장은 마치 이들 국회의원들과 정부각료들이 부당한 금전상의 사적이익을 위해 법개정을 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는 시민단체로서의 본분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금번 과거분식회계에 대한 법적용 유예는 증권집단소송제도의 연착륙이라는 목적을 위해 국회와 행정부, 그리고 재계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금융감독원의 일반감리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제도로 인해 부당하게 피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현실 속에서 재계가 반대의사표시를 하고 이를 관철시키고자 한 노력은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마치 부도덕하고 부정한 것으로 매도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적절한 비판자의 자세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주지된 바와 같이 증권집단소송제가 운용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증권집단소송제도의 폐해 때문에 남소를 방지하는 사적증권소송개혁법 ("Private Securities Litigation Act of 1995), 증권소송통일표준법(Securities Litigation Uniform Standard Act of 1998)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심지어는 2005년 2월 상원에서는 기업의 발목만 잡는다는 이유로 집단소송을 억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마치 증권집단소송법이 우리경제성장의 유일한 길인 것처럼 흑백논리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III. 과거분식회계 적용유예 개정내용에 관한 검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자산 2조원 이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분식회계에 대한 증권집단소송은 일단 2년간 유예되게 되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능성만 존재하게 되었지 실효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즉, 흑백논리를 가지고 유예자체를 부당한 것으로 매도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금번 개정내용에 따르면 모든 과거분식회계가 2년간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분식의 결과를 가감없이 그대로 공시하고 과거분식을 바로 잡은 때 한하여 집단소송에서 2년간 유예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해당 기업이 과거분식회계사실을 그대로 공시할 경우 집단소송 대상에선 제외되지만 투자자들이 개별적으로 증권거래법이나, 민법ㆍ상법에 의거하여 이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당해 이사들은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형법이나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증권거래법, 주식회사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등의 형사처벌 규정에 따라 형사고소하는 경우 형사처벌도 감수하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설령 이것이 문제가 안된다고 치부하더라도 분식회계에 대한 증권집단소송제기의 가장 큰 유인이 될 수 있는 금융감독원의 최근 감리조치현황을 보면 유예의 불가피성은 더욱 명백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상에 공개되어 있는 “업무자료실/회계자료/감리회계결과조회”사이트에 2001년부터 2005년 2월까지 감리결과조치 내용을 토대로 분석하여 보면, 동기간 중 총 202건의 감리조치가 있었다. 그리고 해당 기업들에게는 최소한 “주의”정도라도 분식회계에 대한 감독기관의 조치를 취한 바 있고, 이러한 조치를 받은 자산 2조원 이상되는 기업은 당장 올해부터 증권집단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감리조치결과를 정리해 보면 2001년에는 9개건의 감리조치가 내려진바 있다. 그리고 2002년에는 59건, 2003년도에는 49건, 2004년도에는 78건(이중 1건은 창에 뜨지 않음), 그리고 2005년 2월까지는 6건의 감리조치가 있었다. 그리고 증권관련집단소송법 시행 바로 전년도인 2004년과 2005년도에는 총 84개사의 분식회계 사실에 대한 감리조치를 한 바 있다. 이는 2003년도에 총 49개사에 대하여 감리조치를 한데 비하여 2004년도에는 84개사를 상대로 감리조치를 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2003년도와 2004년도를 비교해 볼 때 증권집단소송법의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더욱 감리가 엄격하여 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2004년도에 감리가 엄격하여진 이유에 대하여는 금융감독원 기타 어느 기관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다만, 2003년 참여정부출범이후 대선자금 수사와 분식회계문제가 크게 쟁점화되면서 2004년도에는 분식회계에 대한 감리를 철저히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가능케 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감리대상 연도는 2002년과 2003년도 회계를 중심으로 하여 감리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집단소송의 대상은 되지 않는 분식회계로 볼 수 있으나, 지속적으로 감리조치가 많아지면 증권집단소송의 유인은 매우 클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금감원이 2005년 3월 대통령에게 제공한 업무보고서에는 증권집단소송제도에 대비해 상장기업의 적응능력을 제고하기 위하여 공시관련 내부통제시스템 모범규준을 마련ㆍ보급하고 과거분식을 자발적으로 수정하는 경우에는 수정부분에 대해 2년간 감리를 제외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감리의 유예이든 적용대상의 유예이든 이는 단지 증권집단소송의 대상에서 2년간 제외될 뿐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해당기업은 여전히 형사처벌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며, 증권거래법상의 손해배상책임은 여전히 인정되는 상황임을 고려하여 볼 때에 분식회계에 대한 민ㆍ형사상책임문제는 우리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금번 개정이 마치 증권관련집단소송을 무효화시키는 개정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하겠다.
IV. 결 어
증권집단소송이라는 제도는 미국 외에는 어느 국가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모험적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동법의 제정과 개정, 그리고 적용과 관련하여서는 서로 다른 의견들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법을 제정하고 개정함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법리적 근거와 정당성, 그리고 현실인식이라는 심도있는 준비작업과 의견수렴이 전제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법의 제정과 개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흑백논리를 통한 비판보다는 보다 이성적인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증권집단소송법의 적용대상에서 과거분식회계를 2년간 유예한 것이 마치 재계의 로비에 의한 것처럼 매도하는 일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볼 때는 더욱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금번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의 개정 작업은 우리경제를 고려한 입법부와 행정부의 신중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과거분식회계사실을 공개하고 2년간 이를 정산한 경우에 한하여 소송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한 금번 개정은 사실상 큰 효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미국에 비하여 남소장치가 미비한 우리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따라서 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의 보완에 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삼현 (기업소송연구회 회장, 숭실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