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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영수증 일괄제출 '못하겠다'

의료계, '환자 병력정보 노출문제


'연말정산 간소화를 위한 의료비 소득공제 증빙자료 제출'을 둘러싸고 국세청·국민건강보험공단·의료기관 사이에 원활한 업무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매년 근로소득 연말정산 등과 관련해 민원이 발생함에 따라 연말정산 간소화를 추진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소득공제 증빙자료를 발급하는 경우는 증빙자료를 국세청에 제출토록 소득세법이 개정(2006.1.2)됐다.

연말정산 간소화와 관련해 전국 7만여개의 의료기관은 10월부터 소득공제 증빙자료를 자료집중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거쳐 국세청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기관들은 '의료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업계는 "비급여 항목을 비롯한 진료를 받았다는 내역과 진료비 내역을 본인의 동의없이 제출하는 것은 의료법 제19·20조에 위반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의료업계는 "만약 비밀 누설의 이유로 환자가 의료기관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제출된 자료(의료비 소득공제 증빙자료)는 소득세법에 규정된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등 관계법령을 엄격히 준수할 것을 이미 알렸다"면서 "의료비 소득공제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피부과 홍某의 원장은 "국세청과 공단에서 연말정산 간소화를 위한 협조공문을 보내왔다"면서 "그러나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홍 원장은 "갑자기 제출공문(의료비 소득공제 증빙자료)를 받아보고 어이가 없었다"면서 "결국 2∼3명의 직원(간호사 포함)으로 환자 돌보기에도 부족한 형편으로 자료를 제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의원(4만여 의원)들은 범법자가 되는 꼴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일 50∼70명의 환자가 의료를 받고 있는데 1년치(2만3여명)를 입력하라는 것은 결국 업무 마비로 이어진다"면서 "현재 대다수의 의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환자관리 프로그램'에 의해 의료보험과 비보험(신용카드, 현금영수증)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물론 정부는 소득세법 제165조 및 동법 시행령 제216의3 규정에 따라 '연말정산 간소화'를 위한 의료비 소득공제증빙자료 제출 요령 및 연말정산 간소화를 위한 소득공제 증빙자료 전산매체 제출요령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제공하고 있으나, 무용지물이라는 것.

홍 원장은 이어 "소규모 동네의원을 비롯해 동네약국들도 내년부터 자료를 입력하면 몰라도 현재에 지난 1월분부터 입력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의사회 관계자는 "개인의 병력 비밀이 철저히 지켜야 할 비뇨기과, 산부인과, 성형외과질환의 공개로 개인의 인권은 물론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연말정산 간소화가 시행되면 간호사 1∼2명으로 운영하는 영세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업무는 마비될 지경에 이른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가장 부당한 문제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세무관련 업무까지 지배한다는 사실에 있다"고 주장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연말정산 간소화는 지난해부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행되고 있는 소득세법"이라면서 "의료단체에 대한 설명회 자료를 일선 세무서에 시달해 간담회를 개최토록 하겠다"면서 "연말정산 간소화의 취지와 환자의 사생활 보호방안 등을 충분히 설명해 자료가 원활하게 제출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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