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부족문제 대응을 위해 목적세를 신설하는 것은 경제적인 합리성과 정치적인 정당성이 결여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우리나라 세제개혁의 과제, 목적세와 지방세 개편'이라는 세미나에서 공동발표자로 나선 전주성 교수(이화여대)는 경제적 합리성을 외면한 목적세 신설은 '좋지 않은 세금'의 전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1발표자로 나선 Richard Bird 교수(University of Toronto, 전 IMF재정국장)는 목적세는 긍정적으로 이용되는 경우 재정의 책임성과 효율성을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현실을 고려해 볼때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실제로 조세저항을 피하고 세수를 증대하려는 의도로 고안된 목적세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동발표자로 나선 전주성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목적세에 관한 일반적인 평가나 정책제안 중 잘못된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목적세 세수는 전체 세수의 17%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목적세의 기능이 '세수 확보'에 주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그러나 목적세 세수비중이 높음을 근거로 제시될 우리나라 재정구조의 경직성이 높다는 주장은 실제 일반회계를 통해 특정분야의 지출 수준을 정부가 충분히 조정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다소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방재정이나 교육에 할당된 부분까지 합한다면 전체 세수의 35% 가량이 특정 목적에 결부돼 있지만 이러한 특정부문의 세출(교육, 지방재정, 교통시설, 농업발전) 수준이 목적세 수입의 변동과는 대체로 무관하게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전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목적세는 목적세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원칙, 즉 조세·지출간의 연계가 선명하지도 않고, 나아가 수익자 부담원칙과는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부가세(sur tax) 형태의 세입구조나 농특세와 같이 용도가 넓고 애매한 지출구조를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최근 세수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목적세를 신설하겠다는 제안(예컨대 저출산 목적세)들은 매우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으로 경제적 합리성과 정치적 정당성이 모두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제2발표주제인 지방재정 분권화수준의 발표자로 나선 현진권 교수(아주대)는 "지방분권의 개념은 정치적 분권, 행정적 분권, 재정 분권으로 구성되나 우리나라의 지방분권 논의는 정치적 분권에 중심을 두고 무조건 지방에 권한과 재원을 이전해야 한다는 논리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교수는 "재정 분권화는 세입분권과 세출분권을 모두 고려해야하는데, 인식상의 오류만을 주는 '재정자립도'와 같은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세입분권만 강조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재정 분권화 수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진 것은 잘못된 것이며, 보다 엄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제 비교를 해보면 결코 낮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 교수는 "향후 바람직한 재정분권 논의의 방향은 재정분권에 따른 비용과 편익이 함께 고려되는 적정재정분권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